[기자의 눈/박상준]사법부와 행정부 ‘거리두기’ 필요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9일 03시 00분


대법원장 측근 김영식 민정수석 임명
법관들 “靑-대법 사이 강력한 ‘가교’
누가 대법 판결 신뢰하겠는가” 지적

박상준·법조팀
박상준·법조팀
“사법부 독립을 외치던 판사가 청와대 고위직으로 간다니 국민들이 법원이 독립해서 제대로 재판한다고 믿겠느냐.”(서울 지역 부장판사)

18일 법원 내부에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식 전 대통령법무비서관(56·사법연수원 30기)을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판사들은 판사 출신인 김 신임 수석의 청와대행(行)으로 법원 판결에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담겼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수석은 앞장서 ‘삼권분립’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연루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조직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검찰 공소장을 보더라도 삼권분립을 지켜야 하는 최고 법원이 얼마나 청와대의 로펌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만인 2019년 2월 법원을 떠났고 다시 3개월 후 대통령법무비서관에 임명됐다. 당시에도 사직 전 “특정 공직으로 가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청와대행을 부인해 논란이 됐다.

김 수석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2015년 7월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강성 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측근이 민정수석이 되면서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강력한 ‘가교’가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누가 (정권 인사 관련)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수석이 임기를 110일 남기고 구인난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김 수석 등이 앞장서 비판했던 박병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시절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 사법부와 행정부 간 ‘오가기’보다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사법부#행정부#사법부 독립#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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