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력한 대미 메시지 발신했지만…‘대남’은 없었다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20일 10시 07분


김정은, 정치국 회의 주재해 미국 비난하며 ‘초강경 대응’ 가능성 시사
남한에 대해서는 ‘완전 함구’…종전선언도 언급 없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올 들어 처음으로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 강경한 메시지가 발신되며 국면의 긴장도는 높아졌지만 직접적인 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김 총비서는 전날인 19일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새로운 대미 대응 방향이 논의되고 일부 결정도 나왔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2018년, 2019년) 이후 중지를 공약했던 합동군사연습을 '수백 차례' 진행했으며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반입하고 핵전략무기를 주변에 배치하는 등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자위권을 '거세'하기 위한 책동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만 미국이 20여 차례의 대북 단독 제재 조치를 취한 것도 비난했다.

북한의 주장은 북미의 첫 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은 꾸준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장기적인 대결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으로 넘어가야 한다"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을 지체 없이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 과업들이 재포치(하달)됐다"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지시가 '해당 부문'에 하달됐다고 밝힌 대목이다.

북한이 '중지'를 공언했던 활동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다. 북한은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트이던 지난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모라토리엄'으로 불린 이 조치는 비핵화 협상을 크게 진전시켜 결국 북미의 역사상 첫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던 조치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이후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갈등,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ICBM의 시험발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조야에서는 이를 북한이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깨지 않기 위해 '레드라인'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때문에 이날 나온 북한의 입장은 그간의 비핵화 협상의 판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선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있는 레드라인을 넘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대북 제재 위반인 잦은 탄도미사일의 발사가 이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모라토리엄'을 깨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북한의 무력시위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조금 더 '전통적인' 대응을 했지만 지난 1년간은 북한의 행보를 적극 제재하거나 문제 삼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올해 초 북한이 대대적인 새 전략무기로 선전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해 네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칼'을 뽑았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원에 대한 추가 독자 제재를 단행하고 유엔에도 추가 제재를 요구하고 나서며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조치를 밟기 위한 외교를 개시했다.

북한은 이에 가장 강경하고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는 최종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모라토리엄 선언 철회를 시사하고 나섰다. 최고지도자가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결정인만큼 무게감도 상당하다.

북한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초 숨 가쁜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한 뒤 대미 조치를 가시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9월과 10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일면 호응하고 나섰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오랜만에 내놓은 대외 메시지에서 '대남'이 빠진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중 갈등의 심화, 북중 밀착과 이어지는 북미 갈등의 심화라는 정세 하에서 종전선언은 낄 틈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선이 이제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가 되는 것이 큰 이익이 없다는 판단도 뒤따랐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갈등 후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라도, 그 시점은 남한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일 가능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침묵했던 대남 관련 결정의 기조도 추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종전선언은 어렵고, 한동안은 남한과의 대화 혹은 갈등 국면 자체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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