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한 가운데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 없이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들어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와 이번 미국의 대응 방침 재고를 일련의 흐름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뉴스1과 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상황의 전개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19일)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다뤄졌다.
신문은 회의 참가자들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을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며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신뢰구축 조치 전면 재고’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미국에 대한 북한의 대응 방침 재고가 올해 들어 네 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한 것과 연관된 흐름으로 보고 있다.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한 뒤 대미 조치를 가시화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미국은 북한이 두 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인 5명에 대한 금융제재를 결정했고 이날은 미국의 요청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소집돼 북미 간 ‘힘겨루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이 대화를 위해 자신들이 내건 조건에 대해 시험을 해보면서 한미를 향한 대화 여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기류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청와대에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는데 유감 표명 수준의 입장만 내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유인책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북미 간 대치 상황이 계속될수록 문 대통령의 숙원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이달 말로 점쳐지는 한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유의미한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번 북한의 태도 변화를 통해 한중 화상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문 대통령도 이집트에서 이날 북한의 발표를 실시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순방에 동행하기로 했던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국내에 남겨 한반도 정세를 면밀히 살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오후 서 실장 주재 NSC 정례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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