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았던 文 중동 순방…돌발 악재 속 경제외교 주력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21일 08시 58분


임기 말 경제협력 지평 확대라는 목표 속에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은 돌발 악재들이 겹치면서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떠나기 전부터 부담이었던 북한 문제가 순방 기간 중 시선을 붙잡았고, 뜻밖의 중동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안전 문제가 화두로 부상하기도 했다.

계획했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은 통화로 만족해야 했고, 기대를 모았던 이집트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은 최종 협상 타결 직전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럼에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UAE·사우디아라비와의 수소경제 협력 확대 기반을 구축한 것은 중동 순방의 적지 않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도 성과를 기대해볼만한 대목이다.
◆UAE와 수소경제 협력 기틀…4조원 대 ‘천궁’ 방산수출 새 역사
4년 만에 UAE를 다시 찾은 문 대통령의 방문 주요 목적은 수소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UAE와 수소 생산·유통·활용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 간 새로운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해 놓는 데 있었다.

UAE는 원유·LPG 등 에너지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산유국이지만 ‘피크 오일(peak oil·석유생산 최고점 시기)’ 대비 차원에서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50년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수소경제 중심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문 대통령이 UAE 실무 방문의 첫 공식 일정으로 양국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에 강점을 가진 UAE와 수소와 충전소·액화운송 등 수소의 활용과 저장과 유통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양국은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며 수소협력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실제로 한·UAE는 ▲수소생산·활용을 위한 공동 연구 ▲실증사업 협약 ▲수소 산업 협력 프로젝트 금융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UAE 방문 최대 성과는 ‘한국형 패트리엇’이라는 별칭의 중거리 지대공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2)의 수출 계약 성사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천궁Ⅱ 수출 계약 성사를 두고 “소중한 우정의 결실”이라 표현했다.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지난 16일 문 대통령과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의 회담 계기로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계약 규모만 4조원 대로, 우리 방산수출 사상 단일 품목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무기체계 공동 연구·개발과 개발 완료된 무기체계에 대한 공동 구매·생산을 골자로 하는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중장기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UAE를 천궁Ⅱ 수출의 중동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총력…국제사회 관심 환기
문 대통령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과정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의 첨병에 섰다. 특히 2020 두바이 엑스포 참석을 대부분 차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의 시간으로 할애하는 등 ‘엑스포 세일즈’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의 회담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공개 요청했다. 먼저 유치와 개최를 성공한 두바이의 경험을 고스란히 부산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2030년 엑스포의 최종 개최지 선정은 2023년 6월에 결정된다. 현재 부산을 포함해 ▲사우디 리야드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5개 도시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막판 과정에서 인접 국가인 사우디와의 최종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UAE와의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임 UAE 외교안보특보 역할로 동행하게 한 것도 UAE로부터 사우디 지지 고리를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특보는 문 대통령과는 별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하메드 총리는 지지를 요청한 문 대통령에게 확답을 자제했다.

임 특보는 “UAE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적인 언어로 계속 답할 것”이라며 “당장 한 두 번만에 UAE로부터 공식적 답을 들을 성격은 아니다. (UAE 태도가)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내년 6월까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과 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점도 부담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18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2030년까지 경제 규모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는 관광대국이 되고자 한다”며 양보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 무산, 드론 테러, 북한 문제…순방 중 악재 속출
이번 중동 3개국 순방 초반부터 UAE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불안한 중동정세의 여파를 실감했다. 추진했던 모하메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예멘 후티 반군은 문 대통령의 UAE 실무 방문 기간 중인 지난 17일 UAE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인근 석유 시설에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테러를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3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테러 지점은 문 대통령이 머문 두바이와 100㎞ 떨어진 곳에 있어 예정된 일정들은 소화했지만 후티 반군의 공격 징후를 사전 인지하고도 순방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취소 배경에 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UAE 아부다비를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 취소의 직·간접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알 나흐얀 왕세제는 반군 공습 보도 후 가진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내 손 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며 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직접 양해를 구했다.

중동 순방 기간 중에 불거진 북한의 거듭된 무력 행동도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를 발사했다. 또 20일에는 그동안 멈춰왔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두바이 현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에게 상황 보고를 받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결한 핵·미사일 개발 재개를 시사한 당일에는 ”현 상황을 봤을 때 한반도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집트 공영신문 ‘알-하르람’과 중동 순방 출국 전인 지난 14일 진행한 사전 서면 인터뷰 내용이기는 하더라도 북한의 변하지 않는 태도에 5년 간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체념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카이로(이집트)·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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