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작년 9월 순항미사일과 유사”, 탐지 어려운 북한판 토마호크 추정
전술핵 장착땐 게임체인저 될 우려… 연초 北-美 실무접촉서 성과 없자
저강도 도발로 탐색전 이어가… 이달중 IRBM 등 추가도발 가능성
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쐈다.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 철회를 시사한 지 닷새 만이다. 새해 들어 벌써 5번째 도발로 미사일 종류는 물론이고 발사 장소 및 플랫폼을 다양하게 전환하며 집중 도발에 나서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든 치명타를 날릴 수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북제재 강화 등을 시사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경고장을 날린 것. 일단 저강도 도발로 탐색전에 나선 북한은 향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추가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 ‘북한판 토마호크’ 가능성…탐지·추적 어려워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북한 내륙지역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은 상당한 시간을 비행한 뒤 지상 표적에 낙하했다. 군은 사전에 관련 징후를 포착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발사 시간과 장소, 비행거리는 추가 분석 필요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지난해 9월 11, 12일에 잇달아 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과 비행 궤도 및 경로가 유사하다”고만 했다. 이번에도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또는 이를 개량한 기종을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은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이 자신들이 설정한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7580초(약 2시간 6분)를 비행해 1500km 계선(경계를 나타내는 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와 외형이 유사해 ‘북한판 토마호크’라는 별칭이 붙었다.
순항미사일(시속 900km 이하)은 탄도미사일(음속의 5, 6배)보다 느리지만 레이더망을 피해 수십 m 초저고도로 궤도를 바꿔 비행한 뒤 초정밀 타격이 가능해 위협적이다. 지구의 곡률(曲率) 때문에 우리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로는 탐지, 추적도 어렵다. 군이 구체적인 비행 제원을 발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 발사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 중인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km 이상이고,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군 당국자는 “전술핵을 장착한 순항미사일은 유사시 아군 지휘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게임 체인저”라고 우려했다.
○ 제재 강화 시사한 美, 도발로 화답한 北
최근 잇단 북한의 도발은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북-미는 새해 들어 복수의 채널을 가동해 실무진 간 탐색전 성격의 접촉을 가졌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최근 추가 대북제재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북한을 압박했다.
결국 북한은 물밑 접촉에서도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요구를 수용할 여지를 남기지 않자 ‘강 대 강’ 대치를 통해 역으로 대미 압박에 나서겠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핵심 관계자도 “북한 입장에선 향후 남북미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도 지금은 어느 정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게 ‘몸값’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달 중이라도 추가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당장 미 본토를 겨냥한 ICBM이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보단 화성-12형 IRBM 등 중간 단계 도발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며 한미 당국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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