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 시리즈’에 대한 서울 지역 유권자들의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 기본주택과 관련해 “취지에 맞지 않거나 모럴해저드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 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 시리즈’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화제가 됐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등이 이 후보의 지지율 40%대 진입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민주당 서울시당의 의뢰로 작성된 57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서울에 사는 4050세대 남성과 여성, 2030세대 남성과 여성 등 4개 그룹의 포커스그룹인터뷰(FGI·집단심층면접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유권자 층으로 꼽는 중도·무당층 중 상당수가 기본 시리즈와 탈모 관련 공약을 선심성 공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20대 여성은 청년소득 등에 대해 “푼돈을 주면서 ‘살아라! 한 달 동안!’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성도 “당장 지금 유권자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빚이 우리 다음 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지 않으냐”고 답했다.
탈모 공약에 대해 한 50대 남성은 “구체적으로 가능성이 있으면 (공약이) 사소한 거지만 표를 많이 얻을 것”이라고 했지만, 20대 여성은 “(탈모 치료제를) 보험 처리해 줄 거면 여드름도 보험 처리해 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25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약 세부 내용을 다듬을 것”이라면서도 “이 후보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주요 공약이라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동작구에 사는 29세 남성은 “가장 큰 게 집값”이라며 “지금 제 나이대 친구들도 다 집을 구하고 싶어 하는데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은 “35년이나 40년 된 집은 재건축 완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강동구에 사는 한 20대 남성은 “이번 정권에서 진보 성향이던 서울 사는 남성들이 실망을 하고 보수 성향으로 바뀐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결국에는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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