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내각, 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치혁신의 일환으로 30, 40대 장관을 기용해 젊은 내각을 구성하고 국무총리를 국회와 국민로부터 추천 받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계 핵심 의원들의 모임인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과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재보궐 무공천 선언에 이어 이 후보도 직접 나서 정치 쇄신을 약속하며 명절 전 총력전에 나선 것.
다만 당 내에서조차 대선을 42일 앞두고 쫓기듯 부랴부랴 쏟아낸 쇄신안이 얼마나 공감대를 살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송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에도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론에 대한 이렇다할 반응도 없는 상태라 쇄신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 7인회·송영길 이어 직접 등판한 李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은 당내 쇄신 흐름에 박차를 가하는 취지로 이 후보가 전날 밤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께 뵐 면목이 없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며 “야당도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야당과의 네거티브 공방이 도리어 이 후보의 단점과 리스크를 부각시켜 비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지난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과 공방이 가열되자 네거티브 중단을 선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선 당시 네거티브를 중단한 게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다음달 공식 선거 기간에 맞춰 제안하려고 했으나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앞당겨서 꺼내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국민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30, 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미래환경, 에너지 등 분야에 청년 과학 인재들을 발탁하겠다는 것으로 정치권에서 인적쇄신과 함께 떠오르는 세대교체 화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 李 “주 4.5일제 도입” 정책 행보도
이 후보는 이날 정부의 14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해 증액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하고 보상해야 한다”며 “14조 원 가지고 (충분한 지원이)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노동 공약도 함께 발표하며 ‘유능함’을 키워드로 내세운 정책 행보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선도적으로 주 4일 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고 특히 호남과 서울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데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을 코 앞에 두고서야 이제와서 바뀌겠다, 잘못했다 엎드리면 국민이 믿겠느냐”고 했다. 심지어 ‘86 퇴진론’에 불을 붙였던 김종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본인도 86 아니냐. 용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인 개인의) 용퇴가 핵심이 아니고, 제도를 용퇴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라고 답하는 등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조되는 위기감 속 이 전 대표와 이낙연계 의원들도 본격 지원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24, 25일 후보의 경기도 순회 일정에 동행한 데 이어 27일 광주 방문도 함께 할 예정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에서 뛰었던 의원 32명도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내 갈등과 앙금은 접어둬야 한다”며 “이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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