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올림픽 휴전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자체 계획에 따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이 절정을 향하는 시기에 김정일 생일 80년 기념일이 있는 점이 주목된다.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8일부터 유엔이 정한 올림픽 휴전이 시작됐다.
올림픽 휴전은 지난해 12월3일 유엔총회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한 데 따라 시행된다. 개최국인 중국 정부가 결의안 작성을 주도했고 173개국이 공동 제안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막 7일 전인 28일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인 3월20일까지가 전 세계 분쟁을 중단하는 휴전 기간으로 설정됐다.
우방국인 중국이 결의를 주도한 만큼 북한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잔치마당인 이번 올림픽 때 굳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시도해 잔치 분위기를 깰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이 올림픽 휴전 기간을 고려한 듯 한 동향이 감지됐다. 북한은 지난 25일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27일에 탄두가 변형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을 시험 발사했다. 발사가 올림픽 휴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마무리된 셈이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번 발사 소식을 전하며 “무기체계들의 성공적인 시험 발사 결과는 당중앙위원회에 보고됐으며 높은 평가를 받아 안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1월 한 달간 이뤄진 일련의 시험 발사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이 다음달 16일 김정일 출생 80주년 기념일을 조용히 넘길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19일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일 생일에 대해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성대히 경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다음달 4일, 폐회식은 20일에 열린다. 공교롭게도 김정일 생일인 다음달 16일은 올림픽 경기 열기와 축제 분위기가 최고조를 향하는 시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김정일 출생 80주년 기념일(2월16일)에 대규모 열병식 개최 및 전략무기 과시, 김일성 출생 110주년 기념일(4월15일) 열병식 개최와 인공위성 로켓 발사, 모형은 공개했으나 비행실험을 하지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북극성-4형, 북극성-5형)의 시험발사, 영변 핵활동 재개,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에서의 대형 고체엔진 연소실험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무기 실험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추가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한대성 대사는 지난 25일 제네바 군축회의 전원회의에서 “우리는 날로 열악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안보 상황에 대처하고 나라의 주권과 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올림픽 휴전과 관계없이 무기 발사를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올림픽 휴전을 무시하고 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으로부터도 외면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반대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이 같은 선택을 할 경우 2018년 이후 개선됐던 북중 및 북러 관계가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김정은의 구상도 파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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