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대선 후보들은 3일 열린 3·9대선의 첫 TV토론에서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정상 중 누구와 먼저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강대국 정상들과의 회담 우선순위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이며 차기 정부에서 각자 중점을 두고 펼쳐나갈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성을 선명히 드러낸 것이다.
● 李 “국익 중심 실용외교” vs 尹 “미, 일, 중, 북한 순”
이날 토론에서 사회자의 공통 질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상황에 맞춰서 효율적인 시점에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순위를 매겼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미국이 첫 번째, 다음은 중국, 북한, 일본”이라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와 안 후보는 한미동맹을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우선 순위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 후보는 “고객 중심의 실용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리 정해놓고 미국 먼저냐, 북한 먼저냐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집권한 기간 동안 너무 친중·친북에, 굴종 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졌다”며 “이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도 “나는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미국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여러 지원 때문에 (북한이) 버티는 측면이 많지만 국제 규범에 따라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북미 대화가 시급하게 재개돼야 한다”며 “남북,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필요하다면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사드·선제타격론·3불(不) 정책 놓고 난타전
설 연휴 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은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날도 설전을 이어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왜 사드를 다시 배치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느냐”며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선공을 날렸다. 그러자 윤 후보는 “브룩스 전 사령관은 사드를 패트리어트 같은 방어시스템과 연계를 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추가 배치가 필요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안보가 튼튼해야 주가가 유지되고 소위 국가 리스크라는 것이 줄어든 것”이라고 받아쳤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언급한 ‘선제타격론’을 파고들며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대통령은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정치 초년생 윤 후보가 선제타격을 운운한 데 대해 국민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민주당 정부에서 만든 국방백서에 선제타격(에 해당되는) 킬체인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방부를 방문해 킬체인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했다”며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한미일 군사동맹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정부의 ‘3불(不)’ 정책에 대해서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3불 정책은 유지돼야 하느냐, 폐지돼야 하느냐”는 안 후보의 질문에 “3불 정책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3가지 입장으로 이해해 달라”며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안 후보가 재차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문화공정, 역사공정, 서해 불법 어로행위는 엄중하게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경제적 협력관계를 벗어나선 안 되고,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에 가급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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