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해 3월 경기도 공무원 이름으로 1개월 치 약을 ‘대리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처방된 약과 똑같은 약 6개월 치를 김 씨가 한 달 후 직접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가 3일 동아일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김 씨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6개월 치 약을 처방받았다.
A 씨는 당시 이 후보 측근인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 배모 씨가 김 씨의 처방전 사진을 A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내며 “약국 가서 받아오세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시대로 약을 받아 김 씨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약은 A 씨가 전날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서 A 씨가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배 씨에게 보낸 사진의 약과 동일한 것이다. 당시 배 씨는 “사모님 약 알아봐 주세요”라며 김 씨의 약임을 시사했다. 당시에는 1개월 치만 처방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대리 처방 논란이 불거지자 배 씨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약을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의료법 위반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A 씨 측은 “지난해 3월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며 반박했다. 이어 김 씨가 직접 해당 약을 처방받은 기록을 공개하며 김 씨의 대리 처방 가능성을 재차 제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통합정보에 따르면 이 약은 호르몬을 조절해 폐경 후 나타나는 홍조와 골다공증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주로 쓰인다. 김 씨는 55세이고 배 씨는 40대 중후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 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해당 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기도청에서 일하는 동안 배 씨 지시를 받아 경기도 비서실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하는 등 김 씨와 이 후보 가족의 사적인 용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를 비판하는 책 ‘굿바이 이재명’ 저자로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소속인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 이 후보와 김 씨, 배 씨를 국고손실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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