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배우자 리크스’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열린 첫 TV토론에서 상대방의 배우자 문제를 단 한 번도 꺼내들지 않았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사용 논란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 논란에 각각 직면한 상황. 그러나 120분 동안 펼쳐진 이날 토론에서 후보자의 부인이 언급된 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질문이 유일했다.
○ 李-尹 모두 ‘부인 공격’ 안 해
당초 이날 TV토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두 후보자의 부인을 포함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난타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 후보는 자유 주제 토론에서도 부인을 포함한 가족 관련 의혹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두 후보의 부인이 언급된 건 심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얼마 전 폭로된 녹취록에서 부인 김건희 씨가 ‘나랑 우리 아저씨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편이다’라고 했다”고 말한 단 한 번이었다.
두 후보가 상대방의 부인을 언급하지 않은 건 표면적으로는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속내는 자칫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는 토론 전부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윤 후보 배우자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의혹을 토론에서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네거티브 대신 정책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윤 후보가 판단한 것 같다”며 “김혜경 씨 관련 공세가 자연스럽게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논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 李, 부인의 연이은 의혹에 “국민께 송구”
그러나 TV토론이 시작되기 전 여야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논란과 관련해 치열한 공격과 수비를 펼쳤다. 이 후보는 이날 부인 김혜경 씨 관련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지만 국민의힘은 “‘김혜경방지법’을 만들겠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이날 “언론을 통해 인지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즉시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혜경 씨 관련 논란을 “황제 갑질”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을 몸종 부리듯 갑질을 했다니 ‘김혜경방지법’이라도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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