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4일 서울중앙지법에선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관련된 4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에선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 응했던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관계자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초과이익 배당을 제안하는 내용 등을 사업계획서에 담았으나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증언한 내용이 화제가 됐습니다. 대장동 사업 공모에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 산업은행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응모했는데 아시다시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화천대유 측은 결과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과의 유착을 통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배제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메리츠증권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됐다면 지금처럼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초과이익 배당 등 제안했는데도 ‘0점’ 받은 메리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5회 공판에서 메리츠증권 직원 서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2015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모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컨소시엄을 꾸려 응모했고 서 씨는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서 씨에게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에 응모하면서 냈던 사업계획서에 예상되는 순이익 3200억여 원을 지분 비율에 따라 공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 씨는 “공사가 낸 큐 앤 에이(Q&A) 자료에 공사의 이익이 확정이라고 돼 있었다”며 “저희는 공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잘 보이려는 마음에서 선택적 옵션을 드릴 수 있다는 취지로 그렇게 기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사업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 옵션을 제시한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서 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이렇게 초과 이익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고 결국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습니다. 김 씨 등 화천대유 측과 유 전 사장 직무대리 등이 향후 대장동 개발이익을 나누기로 약속한 뒤 화천대유가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평가에서 일방적으로 화천대유 측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상대평가 항목인 ‘프로젝트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 등 항목에서 0점을 받았습니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평가와 관련한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누락한 경우에만 0점을 주게 되는데,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관련 내용을 계획서에 담고도 0점을 받은 겁니다.
화천대유 측 ‘무이자 자금 조달’… “신문에 날 일”
메리츠증권 측은 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사업자금 조달 금리를 2.49%로 낮춰 사업자금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서 씨는 “저희 생각은 점수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금리제안이었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금융기관이 저렇게 하면 마진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타이트한 것”이라며 “저희는 배점 잘 받기 위해 그렇게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화천대유 측은 5600억원을 무이자로 제공하겠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포함시켰고 이 내용은 결국 이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 씨는 화천대유 측의 무이자 제공 방침에 대해 “화천대유 법인은 신생법인이라 자산이 없는데 담보가 뭐가 있겠냐”며 “(무이자 제공은) 불가하다. 신문에 날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에 근무하던 정민용 변호사와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팀장이 유 전 직무대리의 지시로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몰아주고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0점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당시 유 전 직무대리가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측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성남도개공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 결과 김 씨 등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대장동 사업 응모자들을 평가하는 외부 심의위원을 맡았던 박모 변호사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도시개발이나 재무회계 관련 업무 경력 등은 없었지만 경기지방변호사회 추천으로 심사에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역시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당시 심의위원들 사이에 한 컨소시엄이 가장 준비를 잘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른 위원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사에 참여한 다른 위원 중 누군가가 사업에 대한 설명과 PT 등을 하면서 화천대유 측에 높은 점수를 주도록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의미입니다.
검찰은 내부위원으로 참여한 정민용 변호사와 김문기 팀장 등이 분위기를 주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위원이 누군지 등에 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14일 진행됩니다. 정영학 회계사의 측근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근무한 김민걸 회계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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