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통해 핵·미사일 물자와 기술 확보를 시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연례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중단)을 사실상 파기한 가운데 이미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물론 핵실험 재개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보고서에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 “北, 핵 물질 생산 역량 강화”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 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제출한 연례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기반 시설에 대한 유지, 개발이 지속되고 있으며 북한은 사이버 수단과 합동 과학연구 등을 통해 해외에서 이들(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물자와 기술,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전문가패널은 4일 열린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 했으며 이달 말 공식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가패널들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역량과 관련해 “뚜렷한 가속화(marked acceleration)가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은 미사일 전력의 신속한 전개 및 해상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동 능력, 개선된 회복력 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일부 복구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 “지난해 가상화폐 해킹으로 4800억 원 갈취”
보고서는 “사이버 공격, 특히 가상화폐에 대한 공격이 북한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사이버보안 업체 체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에만 최소 7건의 가상화폐 플랫폼을 공격해 4억 달러(약 4800억 원)를 갈취했다”고 밝혔다. 또 “회원국들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최소 세 곳의 가상화폐 교환소를 공격해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훔쳤다”고 적시했다.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물자와 자금을 동원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석탄과 석유 등 대북제재 금지 품목 수출입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예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해상 석탄 수출이 늘었다”며 “같은 기간 정제유의 불법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치품을 포함한 불법 무역은 대부분 중단됐다”고 보고했다.
● 美 의회 싱크탱크 “한미 대북정책 이견”
CRS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미 의회 싱크탱크인 CRS는 3일 ‘대북 외교 현황’ 보고서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간 이견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과의 공조를 강조하는 대신 북한과 대화를 위한 공개 제안에 실질적인 내용을 거의 담지 않고 있다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의회조사국 대북외교 현황 보고서는 6개월에 한번씩 갱신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7월말 이후 처음 나온 것.
CRS가 지적한 한미 간 이견은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종전선언을 둘러싼 불협화음과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에 대한 온도차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의회조사국은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했으며 공은 북한에 있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접근 방식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규정한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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