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시정연설’이 예상됐던 지난 6~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대외적으로 ‘로키’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과 맞물려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최고인민회의 제 14기 제6차 회의가 2월6일부터 7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면서 회의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재했다고 밝혔다.
주석단에는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들, 서기장, 위원들,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이 자리 잡았으며 김 총비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아니지만 주요 계기에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시정연설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내왔기 때문에 당초 참석 여부가 주목됐었다. 그가 지난 2019년 4월과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주요 대외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7차례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같은 달 19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등 이른바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면서 추가적인 대외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김 총비서가 별다른 대외 행보에 나서지 않으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외부 상황을 주시하며 숨 고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이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무력 도발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대해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힌 기조에 맞춰 김 총비서의 축전 이외에도 올림픽 관련 보도를 수시로 하면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가 이번 회의에 불참한 이유는 내치와 관련해 그간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고 외치와 관련해선 변화된 특별한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미·러 갈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속 등으로 대외 메시지 발산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성대하게’ 경축하기로 한 만큼 김 총비서의 추가 행보와 메시지에 주목되고 있다.
당초 광명성절을 계기로 열병식을 개최해 김 총비서가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으나 우리 군 당국은 현재까지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건군절(2월8일)인 이날도 특이한 군사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달 열병식은 건너뛸 가능성과 함께, ICBM 등 전략 무기나 신형 무기 등을 동원하지 않고 소규모로 열병식을 개최하거나 지난해 9월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무력만 동원한 열병식처럼 ‘무력’을 뽐내지 않는 다른 형태로 진행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또 군사 행동 대신 광명성절을 경축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광명성절을 계기로 사진전과 체육 대회를 개최했으며 올해 처음 광명성절을 계기로 ‘인민예술축전’(11~18일)을 열 예정이다. 축전 기간에는 수도의 극장, 회관들에서 도 종합공연과 성, 중앙기관 예술소조종합공연도 진행된다. 작년처럼 김 총비서가 광명성절 기념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경축 분위기는 살리되 대외 메시지는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에는 한미연합훈련과 북한의 또 다른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 등 북한의 새로운 대외 행보가 나올 계기가 예정돼 있어 추가 군사 동향에 대한 긴장은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새로운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지난달 ‘모라토리엄 해제’ 시사 이후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북한이 핵 관련 활동이나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거나 인공위성 발사를 통한 ICBM 능력을 과시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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