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건 없는’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또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다음 달 대선 결과에 따라 “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선 야권에서 “외교안보를 볼모로 정치 개입에 나선 것”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서두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北 원하는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대화 의지가 있다면 대면이든 화상이든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기 종료를 3개월여 앞두고 연합뉴스 등 세계 8개 통신사와 가진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주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의 소회 및 남은 임기 구상 등을 전하며 이같이 밝힌 것.
문 대통령은 한미가 조율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까진 의견 일치를 이룬 상태”라며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간 소통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깊이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며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남북 관계 진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도 털어놨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을 두고 “(이후) 장기간 교착국면이 초래돼 두고두고 아쉽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면 북한 비핵화와 함께 북-미 및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임기 내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욕심”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달에만 7차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중단) 철회까지 선언해 얼어붙은 현 남북 관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서 차기 정부 역할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꺼내 논란이 됐다.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한 데 이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가온 선거 시기와 결과가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한 것. 당장 야권에선 “정권이 교체되면 남북 정상회담도 힘들다는 얘기냐”며 ‘정치 개입’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장 냉정하고 중립적으로 봐야 할 외교안보 문제까지 꺼내들어 대선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부동산 문제 “가장 아픈 일… 공급 서둘렀어야”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문제에 있어선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게 가장 아픈 일”이라고 했다.
임기 내 부동산 가격 폭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속에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렸다”면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최근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끝내 강행한 것과 관련해선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우려스럽다”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방북특사 등 역할을 요청받으면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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