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전격 단일화 제안으로 대선판이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여론조사 국민경선으로 단일후보를 가리자는 제안에 국민의힘은 바로 일축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전격 회동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의 ‘승부수’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당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안 후보는 전날(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때 했던 방식으로 전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온 안 후보가 전향적으로 나서면서 국민의힘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그것도 선제적이고 공개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했다는 점에 반색한 분위기다. 그동안 민주당은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강조해왔고 이는 안 후보에 대한 날 선 언급을 이어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비됐다.
하지만 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더이상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팔을 뻗을 가능성은 없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뉴스1에 “민주당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리 진영은 안 후보를 얻으면서 파이가 커진 것이다. 구도상 유리해졌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동안 ‘단일화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안 후보가 대선을 23일 앞두고 태도를 바꾼 것 자체가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질 동력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유리한 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안 후보가 요구한 전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 후보는 ‘다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가 무뎌진 상황이지만 ‘야권 단일후보 경쟁력’ 조사에서는 윤 후보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역선택의 위험을 안고 전 국민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후보가 안 후보와 일대일로 만나 담판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 제안에 대해 “고민해보겠다.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듯 안 후보의 제안을 그대로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그 외의 방법으로 안 후보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라는 현실적 요인과 함께 제1야당으로서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윤 후보를 움직일 수 있다. 안 후보가 던진 승부수를 국민의힘이 일거에 잘라내 버리는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며 “윤 후보가 대승적으로 안 후보와 극적인 그림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항상 있는 것이고 안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그럴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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