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1일 탈북민이 강원도 고성 지역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해당 부대 간부들이 중요 보고를 누락하고 병사들을 대상으로 입단속을 시도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자신을 이번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한 육군 제22사단 GOP에서 복무 중인 병사라고 밝힌 A씨는 21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월북사건 당시 은폐 의혹과 사건 전후 간부들의 직무유기·갑질을 고발하려고 한다”는 사건 발생 당시와 이후 부대 상황을 폭로했다.
A씨는 “(월책 사건 당일인) 1월1일 오후 6시40분쯤 (GOP) 철책 상단부 압력에 의한 센서 감지 경보가 울렸음에도 상황실 간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미상 인원이 아군 열영상 카메라 정중앙에서 40초간 월책하는 화면을 관측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상황조치를 하던 B병장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철책 상단부에 압력을 가한 것 같다’는 보고를 대대에 보고하지 않고 대대 지휘통제실에선 경보 오작동으로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부대 간부들은 특히 영상감시병들에게 ‘조사관과 검열관이 와서 물어봤을 때 상황 증언이 통일되는 게 중요하다’며 보고 누락 등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은폐하도록 지시했다가 군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경보기 오작동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말을 바꿨다.
A씨는 또 부대 간부들의 업무 태만은 일상이었고, 월책사건 발생 후 대대장·중대장·소초장 등 간부들은 징계를 받지 않은 반면 병사들은 무리한 근무를 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간부들은 (근무시간에) 개인 휴대폰으로 유튜브 감상, 부동산 구경, 근무와 관련 없는 지인과의 통화를 일삼았고 흡연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며 “영상감시병의 아군 감시초소(GP)를 겨냥하고 있는 적 GP의 총 안구 개방, 섹터 내 유동 인원 보고를 대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누락해버리는 간부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월책사건 이후엔) 하루 할당 근무시간이 지났음에도 병사들의 개인정비 시간과 취침시간을 활용해 (상황조치) 훈련을 강행했다”며 “하루 12시간 근무를 서는 동안 수많은 작업과 훈련, 상황 등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병사들이 사비로 산 라면을 먹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부대 측은 “월북사건 발생 이후 상급부대로부터 정밀조사를 받았다”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경계작전 제요소를 보완·보강하고 있고, 관련 인원들에 대한 조치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란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2022년 새해 첫날이던 올 1월1일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선 남성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월북자는 지난 2020년 22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서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현지 군부대는 이번 월북사건 발생 과정에서 월북자가 감시카메라에 5차례나 포착됐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재차 ‘경계 실패’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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