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대선 공약 줌인]정부조직 개편, 큰 정부 vs 작은 정부
李 “책임총리 도입해 각료 추천권”
尹 “여가부 폐지, 가족-인구부처 신설”
대선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집권하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5년 동안 어떻게 쓸지를 저마다 약속한다. 정치개혁 및 정부혁신 공약은 국정 운영에 관한 후보들의 구상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3·9대선에 출사표를 낸 여야 후보들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줄이는 한편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등 각종 개혁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후보 간 차이도 있다. 큰 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큰 정부’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 李 “예산편성권 청와대 이관” vs 尹 “청와대 해체”
청와대의 기능과 권한을 놓고 여야 주요 후보는 상반된 개편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 옮기겠다고 했다. 기재부의 중추라 할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재부의 힘을 빼겠다는 것. 이 후보는 1월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받드는 것은 선출 권력”이라면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지사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경험이 배경이 됐다.
반면 윤 후보는 ‘청와대 해체’를 내걸었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새 대통령실을 만들고 기존 청와대 부지는 역사관이나 시민공원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지금은 (청와대)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차를 타고 가지 않느냐.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며 집무실 이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 폐지, 대통령비서실 인원 30% 감축 등 청와대 조직 슬림화도 예고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이 후보는 책임총리제 도입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관합동위원회 모델을 꺼내 들었다. 국정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 여성가족부 놓고 李 “기능 조정” vs 尹 “폐지”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이슈가 된 여성가족부 개편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가부 기능을 살려두되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못 박았다. 윤 후보는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조직 개편 구상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실용외교 노선에 따라 통일부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칭을 ‘평화협력부’ 또는 ‘남북관계부’로 바꾸고 역할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내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된 부서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후보는 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자원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와 합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후보는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축해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정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재부, 과기부, 산업부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공교육, 행정, 국방, 복지, 재정 모든 분야에 AI를 적극 도입해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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