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시작과 끝에 모두 축하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심기를 살피며 대미·대남 도발 재개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22일 시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올림픽 폐회를 축하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오늘 조중 두 당, 두 나라는 전략적 협조와 단결을 강화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짓부시고 공동의 위업인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전진시켜 나가고 있다”며 미국과 미국 동맹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또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함께 조중 관계를 불패의 관계로 더욱 확고히 다져나가며 평화롭고 발전하는 세계를 건설하는 데 적극 기여하겠다”며 연대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중국 외교당국과 회동을 통해 올림픽 폐막 기념 구두 친서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작년 3월22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과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의 회동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총서기 간의 구두친서를 교환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회동을 통해 북한측이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올림픽 개막 때도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오늘 공동의 위업을 수호하고 전진시키기 위한 투쟁 속에서 조중 관계는 그 무엇으로써도 깨뜨릴 수 없는 불패의 전략적 관계로 다져졌으며 두 당, 두 나라 인민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체육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단결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중국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중국이 이를 높이 평가해주기는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향후 이어질 군사 도발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옹호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북중 관계의 밀착 강화를 위한 전략적인 구두 친서”라며 “이번 올림픽 북한 불참에 대한 중국 측의 심기를 재차 헤아리면서 미중 갈등 속의 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양 부총장은 “(김 위원장은) 미국과 추종 세력의 적대 정책과 군사 위협을 운운하면서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얌전히 있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다”며 “추후 적대 정책에 대비해 무기 개발과 국방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향후 상당기간 시진핑 주석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압박에 공동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북중 관계는 미국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면서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공통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유대가 상당 기간 깨지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올림픽 폐막 직후 시 주석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 재개를 의미할 수 있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은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중단했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조만간 곧바로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전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북한에게 그동안 미뤄왔던 정찰위성이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수 있는 호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 간 밀착이 심화되는 만큼 한국 정부는 향후 북한 도발 수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을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중 밀착은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도발을 통제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어 무조건 부정적이지는 않다”며 “북한이 향후 4월을 목표로 서서히 긴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할때 중국을 통해 북한의 도발 수위를 조정해 나가는 노력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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