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2일 이른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맞아 중앙 부처 고위 인사를 관련 행사에 파견할 예정이어서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일본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에서 개최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엔 고데라 히로오(小寺裕雄) 내각부 정무관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정무관은 일본 정부에서 통상 정치인이 담당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각 부(府)·성(省)·청(廳)의 부대신(부상)과 함께 ‘차관급’으로 간주된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제국 시기였던 1905년 2월 다케시마가 시마네현의 행정구역으로 편입 고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시마네현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자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 2006년부터 매년 2월22일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 시절인 2013년부터 이 행사에 차관급 인사를 참석시켜 올해로 10년째가 됐다.
올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작년 10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즉, 이날 행사에 고데라 정무관이 참석하는 건 기시다 정권 또한 ‘독도=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일본의 이날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와 고데라 정무관 파견을 강행할 경우 우리 정부는 선례에 따라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 발표와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 초치 등을 통해 엄중 항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작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 때도 일본대사관 총괄대사를 초치하고,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란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었다.
현재 한일 간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 그리고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 크고 작은 갈등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간 갈등 현안이 일정 수준까지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이 대응하기 위해 지향하는 ‘한미일 3국 협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 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하와이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 때도 과거사 문제 등 기타 양국 간 현안을 두고 충돌했다. 양측은 ‘대북 공조’엔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이 역시 미국이 ‘중간자’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언제든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미 정부는 현재로선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개입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5일 한 포럼에서 자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는 문제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중재에 나섰다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최근 일본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 내 보수 정치가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특히 역사 인식은 특정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전후(戰後·제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 이상 지나면서 인권의식과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의 보수 정치가들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센터장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과도하게 반응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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