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에서 합리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던 정치인들과 협치하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2일 충남 지역 유세에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규정하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와의 화학적 결합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일부 친문(親文) 지지층 끌어안기와 당선 이후 민주당 내 온건 세력을 포용하는 통합까지 고려해 ‘분리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 尹 “‘이재명 민주당’서 양식 있는 정치인 위축”
윤 후보는 대선을 보름 앞둔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충남, 전북, 전남을 도는 서해안 거점유세에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을 지속적으로 구분했다.
윤 후보는 “부정부패 대장동 사건을 보라”면서 “저런 사람(이재명 후보)을 후보로 미는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이 맞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또 민주당 내부를 노리는 듯 “오더와 지시에 의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공천 안 주고, 왕따 시키고, 인격 모독하지 않느냐. 이것은 민주정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에도 양식 있는 정치인이 있다”며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의 주역들이 계속 설쳐대면 이런 사람들은 위축돼서 기를 펴지 못 한다”고 했다. 이어 “3·9대선에서 확실히 심판해주시면 저와 국민의힘이 양식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 통합과 경제 번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후보를 겨냥한 공세 수위는 높였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의 절반 가까이를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 이른바 ‘네거티브 이슈’를 집중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저도 26년간 부정부패와 싸워 온 사람이기 때문에 저것(대장동 사업)은 견적이 딱 나오는 사건”이라면서 “대장동 부패를 벌인 몸통이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도 거론하면서 “공무원 사회에서는 공직에서 발급되는 법인카드를 저런 식으로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정부에서 혜택 받은 몇 사람 빼고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마음이 다 떠났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정권, 북한과 똑같은 이야기”
윤 후보는 보수층을 겨냥해 민주당을 ‘좌파 혁명 이념에 빠진 몽상가’, ‘평양과 생각이 똑같은 사람들’ 등으로 지칭하면서 이념 공세도 이어갔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실수로 생긴 게 아니다”라며 “40~50년 전 한물 간 좌파 사회주의 혁명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집권해서 대한민국을 다스려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자유민주국가가 아닌 사회주의국가로 탈바꿈 시키려는 소수의 몽상가에게 대한민국의 정치와 미래를 맡겨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안보 문제도 거론하며 “민주당 사람들은 저보고 전쟁광이라고 한다”며 “꼭 북한 노동신문이나 당 기관지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늘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은 왜 북한에 굴종하고 평양과 같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장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신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공식 선거운동 일주일째 접어들며 자신감이 붙은 듯 대부분의 유세를 즉흥 연설로 소화했다. 가는 곳마다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 단상 위로 불러 “여러분의 일꾼으로 계속 써 달라”며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전파를 탄 대선 후보 방송연설에서 “부정부패는 정치 보복의 문제가 아니라 민생의 문제”라며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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