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4]‘알맹이 없는 교육공약’ 이유는
2012 사교육 금지-2017 학제 개편… 뜨거운 이슈였던 과거 대선과 상반
與 “자사고 존폐 입장 아직 못 정해”… 野 “정시 확대 비율 검토하다 제외”
2012년 대선 때의 사교육 금지, 2017년 대선 때의 학제 개편 등 굵직한 교육 공약은 역대 대선마다 뜨거운 이슈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민감한 교육 공약이 자취를 감췄다.
여야 주요 후보 측은 교육 현안 관련 구상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칫 표심을 잃을 수 있는 논쟁적인 이슈는 피해 가자는 각 캠프의 사정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안으로 교육계에서 요구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고등교육세 신설’을 놓고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조율도 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캠프에서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세제 신설이나 개편 구상을 내놓을 때 통상 예산 당국과 사전에 조율하지는 않는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존폐 여부와 관련해 별다른 공약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일반고 확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했다. 그러나 자사고가 잇달아 교육당국의 지정 취소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법리적 해석을 디테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자사고를 폐지할지 유지할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공교육 강화’라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디지털·인문교육 강화, 대학입시 4년 예고제, 정시 비율 확대 등에 대한 세부 공약을 마련했지만 최종 검토 단계에서 대부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가 사교육 시장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세부 공약은 최종본에서 배제했다”며 “특히 입시제도의 경우 큰 틀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대본의 다른 관계자는 “교육 관련 단체나 교육 당국과 직접 맞서야 하는 이슈들은 공식 공약으로 발표하는 순간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부추길 수도 있다”며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보니 원론적인 수준에서 두루뭉술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캠프에서는 공약 개발에 참여한 인사들 사이에서도 자조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발전에 대한 고민은 없고 ‘표 떨어질 얘기는 꺼내지 말자’는 말뿐”이라는 얘기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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