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호남홀대론 띄우고 DJ정신 계승…‘국민통합’ 카드 통할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3일 06시 25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중반전에 접어든 대선에서 ‘국민통합’ 카드를 본격적으로 빼 들었다.

윤 후보는 ①정치권의 호남홀대론 저격 ②지역주의 타파를 기조로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행보에 나섰다. 동시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후보의 호남 공약 발전을 뒷받침하는 기동대 역할로 보조하며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광주·전라 표심이 지난 보수 대선후보에 비해 선전하는 결과를 보이면서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다만 윤 후보의 거칠어진 언행에 국민통합 메시지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尹, ‘與 호남홀대론’ 띄우면서 ‘지역감정 해소’ 강조

15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윤 후보의 유세 연설에서는 민주당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윤 후보는 특히 민주당의 지역정치 독점 구조·지역주의·호남홀대론에 파고들었다.

그는 지난 16일 광주유세에서 “수십년 걸친 이 지역의 민주당 독점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느냐”며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 수도권이나 전국 어딜 가도 복합쇼핑몰 많은데 왜 광주만 없느냐”고 호남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호남발전이 곧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지역주의 타파에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대구를 찾아 “호남이 잘 되는 게 영남이 잘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라고 영·호남지역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발전의 병폐 중 병폐인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대구와 광주 간 달빛고속철도를 놓고 교류하고 젊은 사람들이 다니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22일 전북 유세에서도 “저는 대구에 가서도 호남이 발전해야 영남이 발전하고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얘기했다”며 탈지역주의에 힘을 실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 영정에 참배한 뒤 DJ 정신 계승을 품은 ‘국민통합’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 지도부의 정책 지원사격에…“조용한 혁명 일어나고 있다”

한편 지도부는 윤 후보가 쏘아 올린 광주복합쇼핑몰 유치 관련 호남 맞춤형 공약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22일 광주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간담회에 참석해 광주의 복합쇼핑몰 문제를 윤 후보의 지역 주요 공약으로 만들게 됐다면서 “지역민 정서를 외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하지 못했던 지역 숙원사업에 대해 민주당이 뜨끔해 할 만한 광주복합쇼핑몰 2탄, 3탄도 있다”며 정책 경쟁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 달 국민의힘은 연휴 직전 호남 유권자 230만 가구에 ‘윤석열체’로 직접 쓴 손편지를 전달하는 등 호남 표심 잡기에 공들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호남 민심이 많이 바뀌는 중이다. 그동안 민주당 외에는 아예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바닥에서부터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젊은 층 등 오피니언 리더로부터 한 쪽만 투자하지 않고 적절한 견제 세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자성과 자각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 한 발 가까워진 ‘호남 30%’…지역 민심 갈라치기 우려도

여론 조사업체들의 최근 발표를 종합해보면 윤 후보는 호남에서 10~20%에서 움직이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보수 정당 대선후보의 광주·전북·전남에서 획득한 지지율을 넘는 수치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광주·전라에선 이 후보가 70.2%, 윤 후보가 19.9%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일에서 11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조사 결과, 광주·전라에서 이재명 후보 61.8%, 윤석열 후보 24.7%를 기록했다.

윤 후보의 전 주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도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응답률 9.4%) 결과, 윤 후보는 광주·전라 전주 대비 12.3%포인트인 27.7%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전주 대비 6.7%포인트 하락한 61.5%를 얻었다.

이런 기세를 몰아 국민의힘은 보수의 험지 호남에서의 득표율을 25%이상에서 30%로 한 차례 더 상향조정했다.

다만 윤 후보의 수위가 높아진 언사들이 지역 민심 갈라치기에 일조하며 오히려 ‘국민통합’ 메시지가 가려지게 된다는 우려도 피할 수 없다.

또한 윤 후보가 지역주의 감정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복합쇼핑몰 토론 제안은)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21일 논평을 통해 “광주는 대표적인 소비중심도시인데 국민의힘 전신인 정당들의 호남 소외 전략으로 인해 변변한 산업기반 없이 버텨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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