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던졌던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을 일주일 만에 철회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3월 9일 대선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번 결정이 안 후보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는 갈수록 좁아지는 정치적 입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전 카드로 풀이된다. 자신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고사작전을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독자 완주의 결기를 보였다는 것이다.
당 유세버스 사망 사고 이후 중단됐던 선거운동의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선거 기호인 ‘4번’을 야구에 빗대 “위기의 대한민국,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 홈런을 치는 4번 타자가 되겠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입문한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철수(撤收) 정치’의 이미지를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금 시간은 다 지났다. 그래서 제가 (20일) 결렬 선언을 한 것”이라며 “단일화 결렬 선언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다 지난 다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일 유세에서 “선거할 때마다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하고, 선거할 때마다 단일화했다고 잘못 알고 계시다”며 “2012년 (대통령) 선거 양보했고, 단일화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 번 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과학경제강국’ ‘더 좋은 정권교체’ 등을 앞세운 안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를 이뤄낼 경우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역대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던 부동층이 도덕성 우위를 내세우는 안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낄 경우 윤 후보에게 표가 결집하면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아울러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면서 안 후보의 득표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는 24일 “저는 국민들의 판단을 믿는다”며 “거대 양당 간에 권력교대와 적폐교대가 계속 이뤄지면서 우리나라가 계속 뒤처지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것을 바꿔야겠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현장에서 느낀다”며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결론이 날 경우 정권교체 불발에 따른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그는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다”고 밝혔지만 단일화 제안 철회로 야권표가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독자 승리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일화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 4일 전까지 열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본부회의에서 “진영과 지역을 넘어 올바른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결의를 수차례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리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안 후보에 대한 윤 후보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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