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가운데 ‘우방’을 표명했던 북한의 공식 입장은 25일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의 관영·선전매체들과 외무성 등은 이날 오전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심 우방인 러시아를 지지할지 여부가 주목됐으나 표면상으로 언급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외무성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로미(러미) 사이의 대립이 극도로 격화하고 있다”라고만 언급했을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은 명시하지 않았다. 당시 외무성은 미국이 ‘북방영토(쿠릴열도)’ 문제에서 일본을 지지하는 등 일본을 대러시아 압박 공조에 노골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중러 밀착 속에서 러시아의 이번 행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미국을 비난하는 식으로 우회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만큼 북한의 추후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북러는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 평양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밀착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는 지난 23일 우리의 ‘국군의 날’에 해당하는 ‘조국수호자의 날’을 맞아 평양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고 주북 러시아대사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 등 대사관 구성원들은 평양 모란봉구역 해방탑을 방문하고 소련군열사묘를 찾아 참배했다.
특히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단됐던 북한 구성원들의 대외 행사 참여도 허용하면서 러시아 측을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사관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은 명예의병대와 인민군 군악단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북한의 공개 지지만 없을뿐이지 북러간 밀착 구도에는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직접 언급한 만큼, 북한이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군다나 미국을 ‘제국주의’라며 비난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침공을 대놓고 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북한은 또 다른 핵심 우방국인 중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미온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감안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정세가 더는 고조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경위가 있고, 오늘날의 상황은 각종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러시아를 직접 비난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소통은 하되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이같은 사태를 맞이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이 핵 개발, 전략무기 시험 등 시기를 보고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6차례·순항미사일 1차례 등 올해만 총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엔 무력시위를 멈춘 상태인데 이런 와중에도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은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오는 4월15일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계기로 열병식이나 정찰위성, ICBM 시험발사 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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