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용산 주한미군 기지 중 일부를 반환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 그럼에도 아직 대부분의 구역이 미반환 상태로 남아 연내 전면 반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미국은 기지 내 환경오염 구역을 정화하거나 비용을 대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날 용산 기지 중 약 16만5000㎡를 한국에 반환했다.
이에 앞서 주한미군은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스포츠필드와 기지 남동쪽에 위치한 소프트볼경기장 부지 등 용산 기지 내 2곳을 우선 반환한 바 있다. 이들 구역은 전체 면적의 2.6%로 극히 일부였다.
이에 따라 용산 기지 부지 중 한국 정부가 아직 반환 받지 못한 면적은 전체(약 200만㎡)의 90%인 약 180만㎡에 이른다.
이번에 반환된 부지 면적은 최근 한미 간 합의 사항에도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7월 한미 정부는 2022년 초까지 50만㎡를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월말인 현 시점까지 반환된 면적은 20만㎡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용산 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한미 국방 당국 간 약속이 이행될지마저 불투명해졌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의 험프리스 기지 내 이전이 연합작전능력 향상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할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내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당시 “한국의 적절한 보안 울타리 설치 후 2022년 초까지 상당한 규모의 용산기지 토지가 반환될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또 사용이 종료된 용산기지 구역에 대해 필요한 모든 이전 및 방호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반환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용산 기지 반환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이날 서면 답변 자료에서 “앞으로 반환받을 구체적인 구역은 미측과 협의 중인 사안으로 답변 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용산기지 전체는 연합사 등 현재 남아있는 부대들의 평택기지 이전과 용산에 잔류하는 부대의 시설공사가 완료돼야 폐쇄된다”고 밝혔다.
미군이 용산 기지를 사용 중이므로 단계적으로 반환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 국방 당국의 설명이다.
이렇게 용산 기지 반환이 늦어지면서 용산 공원을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용산 기지를 반환 받아 2027년까지 243만㎡ 규모 공원으로 조성하고 각종 복합시설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주한미군이 평택 이전 지연, 그리고 잔류 인원을 위한 시설 공사 미완료를 이유로 반환을 미루면서 용산 공원 조성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군 기지 오염 비용을 주한미군에 청구하는 것 역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이 미군 기지 내 환경오염 구역 정화를 거부하자 정부는 우선 오염 정화 작업을 직접 한 뒤 미군에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주한미군은 여전히 비용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국방부가 정화 완료한 기지는 17개 기지로 정화 비용은 약 2156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비용 청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한미 간 기지 오염 문제에 대해 양측 간 이견이 존재하는 부분도 있다”며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따라 KISE(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는 오염에 대해 미측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 당국의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오염의 정도나 위해도, 정화 계획은 전혀 언급돼있지 않다. 반환 절차가 종료된 후에 미군이 오염된 부지를 책임질 절차나 법적 근거 역시 없다”며 “단 한 푼의 오염정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미국에게 왜 정부가 면죄부를 주는가. 정부는 굴욕적인 협의 무효화하고 미군 기지 반환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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