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네 번째 도전장을 내민 이번 대통령선거에 진보진영 주자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며 뛰고 있다. 젠더갈등 논란에 소외된 젊은 여성 유권자를 적극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보다 노동층 지지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 ‘노동자 후보’를 표방하고 나섰다.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전북지역 노조와 간담회를 가졌고, 지난 24일에는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구로공단을 찾아 4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의 대표 공약은 ‘주4일 근로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오래 일하는 노동 관행을 끊어내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복지국가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주5일제 도입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무처장으로 교섭에 나섰던 과거를 소환하기도 했다.
현행 노동법 바깥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에게 기본권을 확대 적용하는 신노동법 제정도 약속했다. 비정규직 평등수당,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 노동이사제, 성평등 임금공시제, 전국민 소득보험 도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등 노동 공약도 제시했다.
심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진보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물론이고, 범진보진영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555공약(세계 5강·국민소득 5만달러·주가지수 5천)’을 두고 “MB 아바타 경제”라고 평가절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가 친기업 행보를 강조하고, 실용을 앞세워 윤 후보와 보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주택공급보다는 토지초과이득세 도입, 보유세 강화를 주요 기조로 두고 이·윤 후보를 향해 “부동산 기득권 2%를 대변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 후보는 이처럼 노동자·서민 대표성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실상 성평등·젠더 이슈로 더 부각되고 있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성평등부 강화”로 맞서며 전선을 그었다. 이 후보가 이대남·이대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여성 표심을 일관되게 공략해 왔다.
심 후보는 공약집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명시하고 비동의 강간죄 도입,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 디지털 성폭력 무관용 원칙 등 성평등 공약을 다수 제시하고 있다. 또 이슬아 작가, 싱어송라이터 이랑 등 젊은 여성들에게 소구되는 인사들을 후원회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여심은 심 후보에게 호응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0~23일 유권자 2038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심 후보는 20대 여성으로부터 두 자릿수 지지율(15.4%)을 얻었다. 30대 여성 지지율도 5.7%를 기록, 1~2%대에 그친 다른 세대·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노심은 다르다. 같은 조사에서 심 후보에 대한 직업군별 지지율을 보면 학생층 지지율(5.4%)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사무·관리·전문직,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은 각각 3.0%, 3.3%에 그쳤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노동계 표심은 분산되는 양상이다. 단일화 결렬 후 민주노총은 심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 이백윤 노동당 후보에 대해 공히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심 후보가 지난 2017년 대선 득표율(6.2%)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의 조직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편, 여심 구애가 도드라지면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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