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평양에서 쏜 준중거리(MRBM)급 탄도미사일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한 시험”이라고 28일 주장했다.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카메라)의 촬영 및 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의 특성 및 동작정확성 등을 확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사일에 장착한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극초음속미사일, 전술핵과 함께 군사 정찰위성 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테스트 방식 등을 볼 때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의 급격한 포물선 궤도(정점고도 620km 비행거리 300km)는 과학연구를 위한 ‘관측로켓’과 매우 유사하다. 관측로켓은 초고층 대기(100km) 이상의 자외선·적외선·중력 연구 등에 활용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탄도미사일에 위성용 카메라를 실어 이런 방식으로 성능을 테스트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해상도도 조악한 수준이다. 앞서 1월 30일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고각(高角) 발사 때 촬영된 사진과 비슷한 고도·구도로 한반도 전경을 촬영한 것에 불과하다. 군 관계자는 “정찰위성용 카메라 해상도는 50cm 안팎”이라며 “이런 수준의 해상도는 군사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 파기를 시사한 북한이 사실상의 ICBM인 장거리로켓의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0주년을 맞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맞춰 정찰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로켓 도발을 강행할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위성에 대한 평화적 사용권리를 내세우며 ICBM급 추진체를 발사할 경우 모라토리엄 위반으로 보기 힘든 점을 이용해 국제사회 반응을 살피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유사시 핵을 실은 준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서울 등 수도권의 100km 이상 고도에서 터뜨려 핵전자기파(EMP) 공격을 가하는 시나리오를 테스트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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