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러 7개 은행과 거래중지”… 동맹전선 소외 조짐에 제재수위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일 03시 00분


러시아 국고채 거래도 차단하기로… 美와 면담선 “추가 제재 검토”
서방 유엔대사들 “北미사일 규탄”
한국도 올해 세차례 불참끝 첫 동참

유엔 25년만에 긴급특별총회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제11차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열렸다. 긴급특별총회는 199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대해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뉴욕=AP 뉴시스
유엔 25년만에 긴급특별총회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제11차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열렸다. 긴급특별총회는 199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대해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뉴욕=AP 뉴시스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 동참 수위를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금융거래 및 러시아 국고채 거래를 차단하기로 했다. 한국은 유엔에서 미국 주도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공동성명에도 올해 처음으로 동참했다. 미국 등 동맹국들에 비해 대러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동맹 전선에서 소외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동맹국 등 10개의 국가 및 기구와 80여 분간 긴급 다자 전화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에 앞서 미국은 새로운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국가를 정했지만 여기서도 한국은 제외됐다. 결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의식해 눈치를 보며 동맹들과 발을 맞추지 못하는 등 늦장 대응해 외교적 부담은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까지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7개 러 은행 등과 금융거래 중단

기획재정부는 1일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대외경제은행(VEB), 군사은행인 프롬스뱌지은행(PSB), VTB, 옷크리티예, 소보콤, 노비콤 등 7개 러시아 주요 은행 및 이들 자회사와 국내 금융기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의 대러 금융 제재 수준에 맞춰 뒤늦게 동참하는 성격이지만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발표한 제재보다는 한발 더 나간 수준이다. EU와 일본은 로시야뱅크, VEB, PSB 등 은행 3곳의 자산동결 및 금융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는 또 국내 공공기관·금융기관을 상대로 2일부터 새로 발행되는 모든 러시아 국고채의 거래 중단도 강력히 권고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조치도 EU의 제재안이 구체화하는 대로 즉시 이행할 방침이다.

추가적인 대러 제재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과의 양자면담에서 “전략물자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추가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서 3일 미 상무부 부장관을 만난다. 양국 실무자들은 추가 제재안과 한국에 대한 미국 수출규제 적용 면제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 정부, 北 규탄 공동성명 첫 동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북한이 27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후 미국과 한국 일본 등 11개국 주유엔 대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행동들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1월 10일과 20일, 2월 4일 미국 주도로 세 차례 발표된 공동성명에 모두 불참했지만 이번엔 동참했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은 “모든 유엔국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CVIA)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강하게 거부감을 보여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개념을 적시한 것.

정부가 뒤늦게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나섰지만 동맹 전선에서 소외되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EU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폴란드 루마니아 등과 다자 통화회의를 열면서도 한국은 연결하지 않은 것도 그 한 사례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뒷북 제재’ 논란에 대해 “(다자 전화회의에) 우리만 빠진 게 아니라 호주도 빠졌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미국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동맹은 유럽이나 관련 순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러 제재#러시아 국고채 거래 차단#러시아 우크라 침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