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고립 전략’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유세 등에서 더 이상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유권자를 향해 “투표로 단일화를 해 달라”고 호소하며 ‘안철수 사표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1일 “4, 5일 사전투표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하고 신속하게 전략을 수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유권자가 투표로 단일화를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를 향해 ‘실질적인 야권 후보’로 윤 후보를 밀어달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안철수 사표론’을 확산시키려는 구상이다.
전략 선회를 반영하듯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확대선대본 회의 공개 발언에서 “공정과 정의, 상식의 가치에 지지를 보내는 새 지지층의 참여도 늘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실질적으로 유일한 야권 후보인 윤 후보에게 결집 중”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 이후 안 후보의 이름을 일절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선대본 관계자는 “안 후보에 대해 거론했다가 괜히 정권교체 메시지가 단일화 이슈에 묻힐 수 있다”고 했다. 지지율 추이를 볼 때 단일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있다. 이날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10.0%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칸타코리아-서울경제 조사에서 윤 후보는 44.1%, 이 후보는 34.1%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는 이날 윤 후보와 만날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 대신 “정치인들끼리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여권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해석이 분분했다. 다만 안 후보 측은 “원론적인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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