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를 진행했다고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기념식수는 2일 ‘식수절’을 맞아 진행됐다. 김 총비서는 선글라스에 ‘항공점퍼’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올 들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패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잘 입지 않던 옷차림을 선보이고 있는데, 구체적인 배경이 무엇인지가 주목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 총비서의 기념식수 행사 참석 사실을 보도했다. 전날인 2일 진행된 기념식수는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된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진행한 행사다.
김 총비서는 선글라스에 검은색 ‘항공점퍼’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김 총비서가 이 같은 점퍼를 입은 것이 공식석상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김 총비서의 공개석상에서의 옷차림은 때론 의미 있는 분석 대상이 된다. 최고지도자의 한 마디, 한 동작을 모두 주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에 따라 ‘패션’을 통한 메시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의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현송월 당 부부장은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가 끝난 뒤 열린 열병식에서 검은색 가죽 롱코트를 입고 주석단에 나타났다.
검은색 가죽코트는 김 총비서가 공개행보 때 즐겨 입던 옷으로, 그 외에 다른 인사들이 이 옷을 입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열병식 이후에는 이 옷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 적이 없는데, 때문에 5년 만에 열린 당 대회 행사에서 가죽코트를 입은 것은 이들이 김 총비서 가까이에 있는 측근임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였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에는 김덕훈 내각총리가 이 옷을 입고 공개석상에 나타나고 있다. 그는 경제 현장을 시찰할 때만 이 옷을 입고 다니는데, 올해 들어서만 6번이나 검은색 가죽코트를 입고 경제 현장을 돌아봤다.
김 내각총리는 경제시찰 외에 다른 공개행보 때는 절대 가죽코트를 입지 않고 있어, 경제시찰은 김 총비서의 ‘대리인’으로서 이행하고 있는 것임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총비서의 ‘패션 정치’는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에 즈음해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12일에 열린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는 광명성절 나흘 전인 지난 2월12일에 진행된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선글라스에 점퍼 차림이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즐겨 입던 ‘야전솜옷’과 유사한 점퍼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광명성절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옷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를 앞두고서는 ‘호피무늬 뿔테’를 새로 쓰고 나왔는데, 이는 7차 당 대회로부터 36년 전에 열린 마지막 당 대회인 6차 당 대회 때 김일성 주석이 쓴 안경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이날 신문은 김 총비서가 자연스럽게 간부들과 뒤섞여 나무를 심는 모습, 직접 나무를 들고 옮기는 모습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는 그가 직접 나서 대소사를 챙기는 모습을 부각하면서 국정 기조인 ‘애민주의’, ‘위민헌신’ 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달 18일 연포온실농장 착공식을 찾았을 때 공사에 참가하는 군인들에 둘러쌓인 채 차량 위로 나와 인사를 나누던 모습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점퍼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분석이나 해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념일도 예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
한편 이날 보도에서는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간부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부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에 포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이 같이 ‘세팅된’ 사진을 찍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0월 군 열병식을 대신해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때는 군 실세인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와 마치 가족사진을 연상케하는 모습의 ‘투샷’을 찍어 공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새로운 전략무기로 강조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개발에 기여한 간부들과도 실내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 역시 간부들을 일일히 챙기는 ‘실무형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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