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신원 확인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이들의 투표용지를 선거사무원이 건네 받아 투표함에 ‘대리투입’하는 등 투표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5일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침에 따라 사전투표 2일차인 5일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임시 격리해제 허가를 받아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은 일반유권자와 동선이 분리돼 공식 투표소 외부에 별도로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선관위는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관리를 위해 각 투표소별로 전신보호복과 안면보호구, 마스크를 착용한 전담사무원을 배치했다.
전담사무원은 확진(격리)자에게 성명, 주소, 생년월일이 포함된 간이 신원확인서를 작성토록 한 뒤 실내투표소 안에 설치된 선거인 명부단말기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다음 투표용지를 전달하고, 기표 후에는 다시 투표용지를 건네 받아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내투표함에 일일이 넣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허점이 드러났다.
우선, 간이확인서만 제출받을 뿐 실제 투표자와 명부상 선거인(유권자)이 동일한 사람인지 대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 서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60대 유권자 A씨는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 한 통을 발급받을 때도 얼굴을 유심히 확인하는데 대통령선거에서 실제 유권자인지, 대리투표자인지 얼굴 한 번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도 “신원확인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내려 달라며 협조요청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패스해 ‘뭔가 잘못됐다. 왜이리 허술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시기표소에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투표소당 적게는 100∼200명, 많게는 300∼400명의 확진(격리)자가 사전투표에 나섰지만, 전용 투표함이 없다보니 기표한 용지를 일일이 전담사무원에게 건네야만 했다. 명백한 대리투입으로 스스로 투표함에 용지를 넣은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가 박탈된 셈이다.
한 확진자는 “실내 출입이 아예 금지되다보니 투표용지가 실제로 정식투표함에 넣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며 “대선부터 총선, 지방선거 등 여러 선거에 참여해 봤지만 투표용지를 사람에게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황당하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투표소 곳곳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항의가 이어졌고, 선관위에도 항의성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확진(격리)자 투표 참여율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는 바람에 확인서 용지가 부족해 부랴부랴 새로 보충하는가 하면 ‘선거관리단의 지시사항’이라며 유권자 항의를 묵살한 사례도 있었다고 유권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한 관계자는 “마스크는 내리거나 벗도록 한 뒤 얼굴을 확인하는 게 원칙인데 소홀했고, 별도 투표함을 설치해 유권자가 직접 투표용지를 넣도록 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확진자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에서는 전날 하룻동안 7407명이 확진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연일 6000∼7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재택치료자를 포함해 치료중인 환자만 2만9472명에 이르고 있다.
확진(격리)자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5시 현재 광주지역 사전투표율은 45.72%을 기록했다. 선거인 120만9206명 중 55만2824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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