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장에서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에 배부돼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규정상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 처리가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돌연 “유효 처리한다”고 말을 바꿨다. 원칙 상 “무효”라면서도 “현장에 있는 투표 책임자한테 상황을 들어봐야 한다”며 입장을 유보했다가 다시 “유효”라고 오락가락했다.
선관위 입장을 종합하면 사전투표에서 확인된 기표된채 공개된 투표용지와 관련해, 언론보도상으로 확인했을 뿐 투표소별로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원론적으로는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이후 사고 발생 지역을 3곳으로 확인했으며 정상적 투표지여서 유효표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 만에 무효->유효로 말을 바꾼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번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기표된 투표지가 배부된 곳이 3곳이라고만 밝혔을 뿐 총 몇건의 기표된 투표지가 배부됐는지에 대해선 추가로 밝히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7일 오전 뉴시스와 통화에서 ‘확진자에게 배부된 사전투표 봉투 안 속 이미 특정 후보로 기표된 투표지는 유효인가 무효인가’라는 질문에 “규정상 말씀드리면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 처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선 개별적인 사안을 (파악)해야 될 것 같다”며 “케이스 별 사전 투표소별로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좀 봐야 될 것 같다. 저희도 언론 보도로 확인한 사안이라서 실제적으로 그게 실제 공개된 투표지인가 그 부분은 좀 봐야 될 것 같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선관위는 ‘기표된 채로 배부된 투표지 처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유효인지 무효인지 투표지를 못 봐서 정상적으로 개표장에서 처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중앙선관위 선거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투표함 투입 단계에서 이 봉투 안에 든 기표지를 투표함에 정확히 투입했어야 하는데 투표관리요원의 실수나 여러 사유로 인해 봉투에 있는 투표지가 투표함에 투입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그 봉투가 다시 새로 투표하러 온 확진자 선거인에게 제공이 된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 (기표된 투표용지를) 제공받은 분은 본인이 투표하려고 하는 투표용지 한 장과 또 봉투를 받았는데 그 봉투안에 과거 어떤 분이 투표했던 투표지가 들어있던 것”이라며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부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그런 경우 좀 항의 사례가 있었고 현장에서 말씀드려서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가 실수한 것에 대해선 사과 드리고”라며 “그러면서 그걸 새롭게 받은 분의 투표지도 같이 넣어서 투표함에 투입됐다면 그건 정상적으로, 정상적인 투표지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정상적인 투표지로 현장 개표 과정에서 이게 기표가 돼 있다면 유효가 될 것”이라며 “정상적 처리가 된다는 건 그 투표지가 혹시라도 무효로 기표가 돼있을 수도 있고 기표가 안 돼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무효 처리 사유가 있을 수도 있는 투표지니까, 아무튼 이런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부됐다는) 사유로 투표지가 무효처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 투표소에서는 기표된 채 발견된 투표용지를 무효 처리했다’는 지적엔 “아직 개표가 시작되지도 않았기에 우리가 상황을 살펴보고 정확히 처리되도록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이날 확인한 기표된 투표지가 배부된 투표소는 서울 은평구와 대구 수성구, 부산 연제구 3곳이다.
김 국장은 거듭 “표의 효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봉투 안에 들어있던 투표지가 이런 사유만으로 무효 처리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기표된 용지를 본 건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는 “기표된 투표용지를 어떻게 봤다는 건지 좀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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