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해 대선 당일인 9일 일반 유권자와 동선, 시간대를 분리해 투표하는 대책을 7일 발표했지만 여전히 허점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5일 사전투표를 하러 투표소를 찾았다가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등으로 발길을 돌린 확진·격리자 중 이미 투표용지를 발급받은 이들에 대한 처리 문제가 관건이다. 이모 씨(23)는 5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4동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마친 상태로 대기하다가 오후 6시 15분경 투표하지 않고 투표소를 나왔다. 이 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래 기다리기 어려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거사무원은 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에 대해 한 사람씩 신분증을 대조한 뒤 ‘선거인 본인확인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후 투표용지를 출력해야 했다. 하지만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 시간 지체를 이유로 선거사무원이 일괄적으로 신분증을 걷어간 뒤 투표용지를 미리 출력해놓은 사례도 발견됐다. 서울 강동구 상일1동 투표소에선 대기 행렬에서 신분증을 한번에 걷어가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투표가 불발됐으나 이들 중 이미 본인확인서까지 작성해 투표용지가 출력된 경우에는 본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선관위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만 남아있는 경우 어느 유권자에게 발급된 것인지 객관적으로 확인이 된다면 깊이 검토해 처리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참여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이 같은 피해 사례를 구제할 방법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확진·격리자 수 자체가 급증하면 사전투표 때처럼 혼잡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만 명 안팎으로 쏟아지는 데다 사전투표일이 주말이었던 것과 달리 본투표일은 주간 기준 확진자가 급증 추세를 보이는 수요일이다. 이에 확진·격리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분 확인만 했다는 이유로 투표권이 강탈당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투표장 입장이 참정권’으로 대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선관위가 무능과 준비 부족을 드러내 사전투표를 포기하게 해놓고 유권자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마음대로 빼앗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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