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이모 씨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9일 서울의 한 투표소 출입문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 씨는 ‘꿀 알바(편한 아르바이트 자리)’라는 지인 말을 듣고 투표사무원에 지원했다. 투표 당일 오전 5시 반 투표소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유권자를 안내하는 역할이었았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도울 때 등을 제외하곤 자리에서 일어날 일이 없었다. 투표소가 한적한 시간에는 틈틈이 휴식도 주어졌다. 이 씨가 받은 돈은 식비를 포함해 12만1000원이었다. 이 씨는 “간신히 최저임금이 넘는 수준이지만 업무 강도를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다. 장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있는 ‘틈새 알바’”라며 웃었다.
● 확진․격리자 안내 추가수당 15만 원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올해 투표사무원 아르바이트에 눈독을 들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주부 등이 적지 않다. 휴일에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인데다, 별도 면접도 없다. 공무원 선거사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라 업무 강도도 높지 않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안내 업무에 투입되면 추가 수당까지 받을 수 있다.
휴학생 A 씨는 9일 낮에는 일반 유권자들을 안내하다 오후 6시부터 방호복을 착용하고 확진․격리자 투표 현장 안내를 했다. 일당(12만1000원)에 수당으로 15만 원을 더 준다고 해 수락했다.
A 씨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후에는 확진이 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또 “하루 일하고 한 달 용돈에 해당하는 27만 원을 받는 건데 휴학생 입장에서 이런 일자리는 다시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 직장인 주부 등도 나서
휴일에 하는 일이다 보니 직장인이 지원하기도 한다. 회사원 고태정 씨(30)는 9일 확진․격리자 투표 현장 안내를 맡았다. 그는 “유권자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거리두기와 손 소독에 적극 협조해 줘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해 확진자 접촉에 대한 염려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사무원 지원방법과 노하우’ ‘투표사무원 꿀 알바 후기’ 등의 글도 공유되고 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주부 최현경 씨(49)는 “투표사무원을 모집할 때 확진자 투표까지 보조할 사무원을 따로 신청받았는데 이왕 일을 하는 거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확진자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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