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22]코로나도 화마도 투표 열정 못꺾어
삶의 터전 잃은 울진 산불 이재민들…“집 타고 몸 지쳤지만 투표는 해야죠”
춘천 사전투표자, 투표지 또 받고…부천선 투표용지 2장 받아 기표
인천 “용지 색 달라” 개표 일시 중단, 확진자 투표 이번엔 큰 혼란 없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34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내 손으로 새 대통령을 뽑겠다’는 유권자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오전 5시 5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의 한 아파트단지 투표소 앞에는 50여 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두꺼운 패딩 점퍼까지 입고 1시간 넘게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최모 씨(31)는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이렇게 붐빌 줄은 몰랐다”며 “사람 많은 곳이 부담스럽긴 해도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 “집 타버렸지만 그래도 한 표”
화마(火魔)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오전 8시 경북 울진군 국민체육센터 임시대피소 앞에는 수십 명의 이재민이 모였다. 경북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집 근처 투표소에 가기 위해서였다. 박금자 씨(68)는 “산불로 집이 다 타버렸다. 몸도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며 신분증을 챙겼다. 남정희 씨(77)도 “좋은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되지 않겠느냐”며 버스에 올랐다.
신분증이 불에 탔거나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지문으로 신분을 증명하고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받았다. 전남중 씨(81)는 “급하게 몸만 피하느라 집도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며 임시 신분증을 내보였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홍중표 씨(63)도 이웃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았다. 홍 씨는 “대피소 생활로 몸이 많이 지쳤다. 새 대통령이 이재민을 잘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 실수로 두 표 주고, 정전되고
이날 투표소와 개표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동구 상일 제1동 제6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인 오전 5시 53분부터 30분간 정전이 발생했다. 출동한 경찰이 전력시설을 정비하고 복구한 후에야 투표가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 과부하로 인한 정전”이라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사무원이 실수로 투표용지 두 장을 건네 선거인이 두 장 모두 기표하는 사고가 났다. 선거인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 직전 이 사실을 현장 투표사무원에게 알렸고, 두 장 중 한 장만 유효표 처리됐다.
강원 춘천시 중앙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70대 남성이 “사전투표했는데 투표용지를 또 줬다”며 소동을 벌였다. 투표사무원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를 주자 받고 항의한 것. 춘천시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하면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는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도장이 희미하게 찍혔다”며 투표지 교환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투표지를 찢었다. 투표지는 무효 처리됐다. 경기 수원시 정자2동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선거참관인 수가 적다며 일부 선거인이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했다. 오전 6시 반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지를 들고 달아났다.
반면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진행된 확진·격리자 투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일부 확진자가 증빙서류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다시 투표소를 찾기도 했으나 며칠 전 사전투표 때 같은 혼란은 없었다.
한편 인천 남동체육관 개표장에서는 오후 8시 50분경 국민의힘 측 참관인이 ‘투표지의 색이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해 1시간 넘게 일부 투표함의 개표가 중단됐다. 선관위가 정상적인 투표지임을 확인한 후 오후 10시경 개표가 재개됐다. 선관위는 오래된 롤지가 사전투표용지를 출력하는 프린터에 들어가 색깔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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