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내 국무총리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대통령이 거주할 관저는 삼청동 총리공관 또는 삼청동 안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정치 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기존 청와대를 해체하고 일하는 방식과 구조가 완전히 새로운 대통령실을 광화문 청사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광화문 이전 특위’를 두고 인수위 1호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윤 당선인은 5월10일 취임 때부터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총리실은 정부과천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총리는 1주일에 평균 사흘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무 수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세종에서 머물며 정부부처 업무를 통할하면 대선 때 약속했던 ‘책임총리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선인 측 생각이다.
정부서울청사에는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처를 비롯해 비서실·안보실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청와대 부지는 여론을 수렴해 열린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대통령실 중심의 업무를 전면 개편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10대 공약에서 공개한 ‘대통령실 개혁’ 구상을 통해 “대통령실 이전을 통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로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기간 중 기자회견에선 “현 청와대 구조는 왕조시대 궁궐 축소판”으로 “권위 의식과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공약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있다. 우선 고층 유리 건물이 즐비한 광화문 주변 특성상 대통령 경호가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출퇴근할 때마다 인근 도로와 건물을 폐쇄하거나, 도청 우려로 주변 통신을 차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칫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경호나 외부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 대통령 경호를 지금처럼 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영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해 조직 규모를 30%가량 감축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청와대 인력을 줄이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안보실 등을 정부서울청사로 충분히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청사 리모델링 비용으로는 5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수백 명의 청와대 직원을 수용하고, 외빈을 초청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나 청와대 경내 헬기장 부지 마련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냈다가 취임 후 오래 추진한 뒤 결국 철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헬기는 예전에 정부서울청사 옥상에서도 띄운 적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제로 청와대를 청사로 옮긴다면 공간이 없어 아마 일부 부처들을 외교부 청사나 주변 별과 등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이미 현 정부 관계자와 상의해 경호·의전 등에 대한 실무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삼청동 총리 공관 또는 삼청동 안가에서 정부서울청사로 출퇴근할 때마다 교통 통제를 해야 하는 데다, 정부종합청사 건물이 굉장히 협소하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전문가는 “교통문제나 경호문제 때문에 국민한테 큰 불편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대사관도 있고 도청방지시설도 설치해야 한다”면서 “당선인의 의지가 강력할지 모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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