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준비정황을 포착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레드라인’(한계선) 월선, 즉 ICBM 시험발사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단 판단 아래 미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직접 경고장을 던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11일 우리 국방부와 함께 앞서 2차례 실시된 북한의 ‘정찰위성 관련 중요 시험’이 신형 ICBM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달 27일 및 이달 5일 실시한 이들 시험은 “신형 ICBM의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인공위성 발사로 위장하기에 앞서 새로 개발한 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국방부의 이날 발표에 앞서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달 7일부터 한반도 ”서해“ 일대에 대한 정찰활동 및 역내 탄도미사일 방어 전력의 대비태세를 강화했다”며 북한 내 특이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추적하고 있단 사실 또한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당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저지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C)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상대방이 특정 전략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도록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앞서 ‘2월16일’을 침공 개시일이라고 알린 것도 실제론 침공을 늦추기 위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은 2월24일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신형 ICBM 성능 시험’과 관련해 미 재무부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에 나설 계획임을 밝기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이 실제로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경우 국제사회와 더불어 고강도 제재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 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각국의 대(對)러시아 경제·금융제재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북한의 ‘ICBM 개발 거점’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을 다녀간 사실을 보도하는 등 그 시험발사 재개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 총비서는 2018년 9월9일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동창리 발동기(엔진) 시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유관기관 참관 아래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시설 대부분이 건재한 상황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번 서해위성발사장 현지지도에선 이곳을 ‘현대적 위성 발사용 기지로 개건·확장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직접 서해발사장을 찾았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ICBM을 쏘겠단 뜻”이라며 “북한은 계속 ‘ICBM이 아닌 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며 이른바 ‘모라토리엄 연장’을 조건으로 미국의 양보와 제재 해제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미(對美) 협상용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위성 또는 ICBM 발사 가능성을 계속 흘리며 긴장을 끌어올리다 일정 시점에서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미국 측이 제공할 만한 반대급부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정부는 작년부터 줄곧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요구해왔으나,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과 2중 기준 철회’, 즉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해제 등을 그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며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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