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11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동향을 새벽 시간에 동시발표한 것은 다소 이례적 행보다. 대북 압박 강화와 북한의 ‘선전’ 효과 차단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이날 오전 6시에 북한이 최근 진행항 두 번의 ‘정찰위성 관련 중요 시험’이 신형 ICBM인 ‘화성-17형’의 성능 시험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 방식은 다소 이례적이다. 미국과 한국이 같은 내용을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정상회담, 외교 및 국방장관 회담과 같은 특별한 소통이 있을 때나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최근 행보를 한미가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 1월에만 7차례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고, 이후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지난해 수립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따른 정상적인 정책 이행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태도로 한반도 일대에 긴장이 자주 고조되는 상황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핵탄두와 ICBM 고도화 계획이 포함돼 있음을 북한이 이미 밝혔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5개년 계획 자체에 대해 ‘정상적’ 국방 정책 이행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미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경고의 수준을 높이면서 한미 밀착도 부각하기 위해 이와 같은 발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발표 시간이다. 한미는 이날 오전 6시로 발표 시간을 조율했는데, 이는 북한이 관영매체의 보도를 내놓는 시간과 같다.
한미는 정보 활동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의 활동 현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전날 서해 위성 발사장을 찾은 동향을 보고 북한이 ICBM 혹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빠르게 가시화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강한 압박과 경고의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북한의 관영매체 보도의 선전 효과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 매체들의 보도 시점과 같은 시간대를 골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서 올 들어 9차례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이달 7일 ‘서해’에서 감시·정찰활동과 탄도미사일 방어 전력의 대비태세를 강화했다”라고 밝히며 대북 정보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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