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외교가 “대선 영향 고려 발표 조율”… 청와대, 별다른 입장 안 내고 침묵
한국과 미국이 1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시험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을 두고 대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양국이 사전에 발표 시점을 조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는 지난달 27일과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만 밝혔을 뿐 ICBM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ICBM 도발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성능 시험까지 했다는 사실은 대선을 앞두고 표심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한미가 발표 시점을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3·9대선 후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당선인과 대북 문제를 협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발표 시점에 합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미측의 요청으로 대선 다음 날인 10일 오전 통화를 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공조를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ICBM 시험에 대한 분석을 8, 9일 이전에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3, 4일간 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를 따져보고 (북한이) 새로운 ICBM 체계 관련 시험 발사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도 10일(한국 시간) 서해 감시 및 정찰 활동과 ICBM 방어 태세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 도발에 대한 경계태세 강화 지시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날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공을 들여왔던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결국 5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사실에 “씁쓸하고 허무하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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