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책임총리-책임장관제 밑그림
내각중심 실용적 국정운영 필요
부처 업무보고부터 달라져야
책임총리와 책임장관.
역대 대선마다 ‘단골 공약(公約)’으로 등장했지만 어김없이 ‘단골 공약(空約)’에 그치고 만 과제다. 10년 만에 출범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의 기틀을 다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혁신할 방안을 뚜렷이 밝혀 책임총리·장관의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권력구조 개편을 주제로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대통령이 할 일, 총리가 할 일, 장관이 할 일을 구분 짓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서만 분권형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 말에는 책임총리·장관제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원칙이 잘 담겨 있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의 업무를 분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은 ‘큰 청와대’를 지양하는 것이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하위 정책목표의 결정과 집행을 관계 장관에게 맡기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며 “국정과제 집행 과정을 세세하게 청와대에 보고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한 여권 인사는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하와 같은 이슈까지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거의 모든 정책적 사안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고,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라고 했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이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인수위에서 국정운영 시스템의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국정운영의 중심을 청와대 참모들이 참여하는 대통령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가 아니라 총리, 장관이 참여하는 국무회의로 바꾸는 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원석 세종대 연구교수는 “대통령비서실 규모를 줄여 청와대와 정부 간 조정협의체를 간소화하고, 내각 중심의 실용적 국정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곧 있을 정부부처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 교수는 “과거 인수위와 같이 ‘점령군 세리머니’ 성격의 업무보고가 아닌, 인수위 각 분과가 실무적으로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고 국정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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