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국무총리의 거취를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로 김 총리가 언론에 거론되면서다.
윤 당선인 측은 ‘김부겸 유임’ 가능성에 대해 즉각 “검토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일단 청와대와 여당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 당선인이 ‘통합의 정치’를 내세워 여권을 압박하기 위한 선전도구로 김 총리를 활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한 언론은 윤 당선인 측에서 김 총리 유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 정부의 총리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총리직을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김 총리 유임은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차기 정부가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카드로 분석된다.
김 총리가 유임되면 국회 인사청문회나 국회의 임명동의 표결이 필요 없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식물 정부’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총리 인준으로 인한 여야 갈등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야당과 ‘협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김 총리가 제16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 소속으로 당선된 점과 윤 당선인과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은 ‘유임설’의 근거로도 꼽힌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김 총리 유임에 대해 “최상의 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들 걱정하는 게 지금 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안 해 줄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잘한 것은 이어받고 정치보복이니 괴담들이 많은데 그런 점 등에 대해 국민들을 한 방에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김 총리는 덕망 있고 존경하는 분”이라면서도 “총리 유임과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총리 후보 몇 배수 안에도 들어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새 총리는 새 정부 출범 시기에 맞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인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총리실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유임에 대한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총리 유임은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마지막 총리까지 중용된 김 총리가 윤석열 내각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 측에서 자신들이 내세우는 ‘통합의 정치’를 선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김 총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선거기간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당선 이후에는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오는 31일 퇴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자 임명권을 윤 당선인에게 넘길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오면서 차기 정부 인사권을 두고 신(新)구(舊) 권력이 신경전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한은 총재 인사권 모두 당선인 쪽으로 넘기라는 일각의 촉구 같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한국은행 총재 인사의 경우, 기본적인 후보 스크린 작업은 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차후 만날 때 논의 의제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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