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야권 “尹, MB 사면 요청할 것”… 여권 “당선인 요청 마냥 외면 못해”
후임 한은총재 인사도 논의 예상… 김기현 “MB-이재용 사면 매듭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선 후 첫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회동 의제를 막판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차담 형식의 회동을 조율 중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는 건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통상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이후 10일 이내에 당선인과 회동해 왔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에 공감해 왔다”고 말했다. 사면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경우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당선인의 요청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며 “문 대통령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회동에선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또 청와대는 이미 6일 임기가 끝난 강민아 손창동 감사원 감사위원에 대한 인선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검증 중인 인사는 없다”며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사면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및 복권을 공개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을 선택한 국민의 표심은 진영 갈라치기는 이제 그만하고 국민 통합을 통해 화합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과 복권 문제를 이젠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썼다. 그는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예정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라고 했다. 5선 중진인 이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풀어내시고 퇴임하시는 것이 보기도 좋고, 또 다음 대통령한테 미룰 일도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께서 고령의 이 전 대통령이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이미 피력한 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사면을 했다”며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되실 분이 같이 뜻을 맞춰서 하면 좋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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