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文·尹 회동 ‘당일 전격 취소’…권력 이양 험로 예고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6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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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News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News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독대’ 오찬이 당일 전격 취소되면서 권력 이양기에 신구 세력 간 권력 충돌이 표면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과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취소된 전례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의 취임까지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주요 현안을 두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향후 여당이 될 국민의힘이 이를 방어하면서 이같은 갈등 전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쯤 각 서면 브리핑과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안 돼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회동 취소 소식을 알렸다. 회동을 불과 4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당장 회동이 ‘왜’ 연기됐냐는 의문이 쏟아졌다. 양측 모두 함구령이 떨어진 가운데 전날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의제 등을 논의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점심쯤 기자들과 만나 “결렬, 무산이 아니라 실무진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동이 무산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장 실장은 “무산이라니요, 실무협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연기 이유에 대해)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뉴스1에 “회담 연기 사유는 양측이 밝히지 않기로 해서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양측이 무산이 아닌 ‘연기’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회동 발표부터 당선 후 일주일간 여러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 수위를 고려할 때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은 이번 만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포함)의 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을 건의하고, 문 대통령과 정부 주요직 인사 협조, 청와대·관저 이전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동 발표에서부터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찬 내용은 전날(15일) 오전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같은 시각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14일 저녁에 보도가 되면서 혼선이 일었고, 양측은 보도와 관련한 책임을 전가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민정수석실 폐지를 둘러싼 갈등 등이 여야를 중심으로 노출되면서 양측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하나, 민주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결단해도 된다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든 이 부회장이든 사면이 필요하다면 윤 당선인이 취임한 후 단행하면 될 일인데 이렇게까지 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짙다.

민주당은 이뿐만 아니라 김 총장의 거취와 민정수석실 폐지 등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인수위 공격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인수위 핵심 인사 면면을 볼 때 ‘이명박계’(MB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들의 ‘입김’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김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들이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민주당이 이를 반박하는 것도 불안함을 증폭하는 요소로 꼽힌다. 김 총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자진사퇴를 일축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지속할 전망이다.

현안을 둘러싼 갈등은 이 수석과 장 실장의 논의 과정에서 분명한 시각차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 즉 만남 자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었단 얘기다.

청와대는 ‘당선 축하와 덕담’에 초점을 맞췄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을 시사하고,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당선인 측에 권한을 넘길 것을 언급하려는 등 ‘성과’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인들과 만남은 당선 축하와 원활한 인수인계에 대한 교감 형성인데 새 정부가 ‘과도한 의제화와 성과 내기’에 주력하는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에 당선인 측 관계자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대화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성과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그러면 새로운 모습을 갖춰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5월 임기 종료 때까지 현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과 인사 문제에 대해 당선인 측에서 논의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수용을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에 불편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은 이에 따라 다음 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1987년 직선제 이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 가장 늦게 이뤄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구 권력간 신경전이 ‘오찬 취소’로 드러나면서 윤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양측의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초창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수록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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