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6일 취임 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우선 특사를 보내기로 했던 방침을 철회하고, 특사 파견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에 우선 특사를 파견하려고 했으나 한반도 주변 4강국인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류에 나선 것.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여부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로 보낼지, 어떤 형태의 구성을 갖춰야 할지 검토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과 EU에만 특사를 보낼 경우 (특사를 보내지 않은) 일본,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며 “17일경 인수위가 공식 발족하면 특사 파견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간 대통령 당선인이 4강국인 미-일-중-러에 모두 특사를 보내던 관례에서 벗어나 윤 당선인은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은 미국은 한미동맹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EU는 우크라이나 사태 및 민간 안보 대응 의미에서 특사 파견을 고려했다. 일본과 중국은 5월 대통령 취임 후 특사를 파견할 방침이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고려해 제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실 있는 정책 협의를 위해 미국과 우선 전략적 차원의 협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중국과의 관계도 향후 5년간 윤석열 정부의 주요 외교 과제라는 점에서 4강국 특사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 동안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한일 관계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중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중 관계 역시 새 정부가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미국, EU에 우선 특사를 보내는 방침은 철회했으나 외교적 우선순위를 한미동맹에 두는 방침은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취임 후 정상회담 순서’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답한 바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 수락 인사를 한 지 약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정도로 한미동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만 미국 특사는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특사와 비슷한 시점에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중국의 경우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특사 파견 준비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일본, 중국의 경우 양국 현안이 많은 상태에서 명확한 준비 없이 특사를 보낼 경우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 특사도 당초 유력했던 박진 의원도 재검토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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