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6일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국방부 신청사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 등 3곳을 후보지로 두고 집무실 이전을 검토해 왔다.
윤 당선인 측이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를 유력한 선택지로 점찍은 건 경호와 보안, 이전비용 등 예산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로 전해졌다. 이에 맞춰 대통령 관저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용산 유력…관저도 외교부 공관에”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용산 국방부 신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현재 국방부 장관실이 있는 신청사 2층을 포함해 1∼5층의 5개 층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부터 리모델링에 착수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일에 입주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관계자는 “현 장관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장관실은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동하고, 일부 부서는 대전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당초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에는 용산 시대가 아니라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경호와 이전 비용에 부수 효과 등을 검토하면서 ‘용산 국방부 신청사’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로 옮길 경우 주변 높은 건물과 도심 인파로 경호 의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청와대의 기존 지하벙커, 헬기장, 영빈관 등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반면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를 100%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장점이 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도·감청이나 경호 우려도 작다. 외교부 청사로 이전할 때보다 소요 예산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핵심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는 집무실, 비서실이 다 떨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며 “국방부 신청사에 대통령과 비서들이 모여 있으면 미국 백악관처럼 대통령과 스태프가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이 준공되면 당선인이 잠깐 나가도 국민들을 만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 “자유로운 소통보다 ‘군복 입은 대통령’ 이미지 우려”
다만 내부적으로도 공약이었던 ‘광화문 대통령’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인데, 국방부 청사로 가면 ‘군복 입은 대통령’ 이미지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도 건국 이후 이어져 온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난관은 인정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새 길을 낼 때는 장애물이 많다. 특히 경호와 보안 같은 상당히 많은 난관에 부딪혔음을 알게 됐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결정할 때는 신호등 개수도 파악해야 할 정도로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5월 10일 취임해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다는 점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것은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워낙 청와대란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져서 들어가면 국민들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본격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취임 두 달여를 남겨놓고 급박하게 청와대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하겠다는 것도 황당하다”며 “결국 졸속 추진으로 많은 혼란과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께서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소통은 장소나 지리적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국민께 얼마나 진심으로 말씀드리느냐, 얼마나 국민 반응을 귀 기울여 듣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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