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ICBM 추정 미사일 발사 실패… 이르면 주내 재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7일 03시 00분


공중폭발 이후 시설 재정비 포착
대선뒤 첫 도발… 신형 ICBM 무게
당국 “검증된 다른 미사일 쏠수도”

미군 정찰기, 北 도발 징후에 사흘 연속 한반도 상공 감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실패한 16일 미 공군의 
고고도정찰기 U-2S ‘드래건 레이디(Dragon Lady)’가 임무를 마치고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적외선 
센서와 초고해상도 광학카메라, 신호정보 수집 장비 등을 갖춘 U-2S는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샅샅이 훑는다.
 앞서 14일과 15일엔 리벳조인트와 코브라볼 정찰기가 각각 한반도 상공을 감시했다. 평택=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미군 정찰기, 北 도발 징후에 사흘 연속 한반도 상공 감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실패한 16일 미 공군의 고고도정찰기 U-2S ‘드래건 레이디(Dragon Lady)’가 임무를 마치고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적외선 센서와 초고해상도 광학카메라, 신호정보 수집 장비 등을 갖춘 U-2S는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샅샅이 훑는다. 앞서 14일과 15일엔 리벳조인트와 코브라볼 정찰기가 각각 한반도 상공을 감시했다. 평택=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북한이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실패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실패 직후 재빨리 평양 순안 일대에서 시설을 재정비하는 등의 추가 도발 징후를 포착했다. 이르면 북한이 이번 주에라도 다시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와 합동참모본부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반 순안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고도 20km 이하 지점에서 공중 폭발했다. 올해 10번째 미사일 도발이자 대선 이후 첫 도발이었다. 미사일 제원 등을 정밀분석 중인 한미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성능을 시험한 신형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 실패 후 바로 시설, 장비 등을 정비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신형 ICBM 발사를 위한 준비 작업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 당국자는 “이번에 실패한 게 신형 ICBM이라면 실패에 대한 확실한 보완이 이뤄지기 전에 같은 미사일을 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검증이 끝난 다른 미사일을 우선 쏴 부담을 털고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 당국은 전략폭격기 B-52, B-1B 등의 전략자산 전개 훈련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도 단독으로 탄도미사일 ‘현무’나 F-15K, KF-16 전투기의 공대지 미사일, 이지스함의 함대공 미사일 등 육해공군 주력 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를 마쳤다.

北 ‘괴물 ICBM’ 추정 미사일, 발사 직후 고도 20km 아래서 폭발


한미 정보당국 ‘北 발사실패’ 결론
발사 수십초만에 섬광-공중폭발… 전문가들 “1단 추진체 등 결함인 듯”
대북 매체 “평양 곳곳 잔해 떨어져”… 北조만간 ‘실패만회 도발’ 가능성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이 16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쏜 미사일이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군 당국은 정확한 실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 자산을 집중하고 있다. 군 당국은 “발사 초기 단계에서 일정 고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발사 전후의 자세한 상황이나 기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만 했다.

군에 따르면 이날 정찰위성 등 한미 감시자산에 실시간으로 포착된 미사일은 발사 직후 고도 20km 이하에서 섬광과 함께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수십 초 만에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이 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는 이날 평양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미사일이 발사 후 큰 소음과 함께 폭발한 뒤 잔해가 평양 곳곳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미는 일단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이라 주장하며 성능을 시험한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다시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 차례 발사 장소가 모두 순안 일대이고, 이곳에서 최근까지 화성-17형의 발사 징후가 연이어 포착됐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16일 오전까지 미 정찰기가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 발사를 준비하는 신호정보(시긴트·SIGINT)를 다수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발사 실패 원인과 관련해선 우선 미사일이 20km 고도에도 못 미쳐서 공중폭발한 점을 들어 1단 추진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발사한 지 30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엔진(추진체) 이상이나 미사일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추진체 내부에서의 연료 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주발사체’로 가장한 화성-17형의 맨 상단에 실린 탑재체(위성)를 태양동기궤도(600∼800km 고도)로 올리려면 1단 추진체의 추력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부 연료배관이 압력을 못 견디고 틈이 벌어지거나 터지면서 안에 있던 액체연료가 새나와 순식간에 전체로 불이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ICBM인 화성-17형의 1단 추진체는 옛 러시아 엔진을 개량한 백두산엔진 4개(쌍발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해서 만들었다. 2017년에 쏜 화성-14·15형(ICBM)의 1단 추진체보다 엔진 개수가 2배 많다.

엔진에 미세한 오류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이미 사거리·고도를 대폭 줄여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궤도로 시험발사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최대 사거리(출력) 발사를 시도하다 보니 1단 추진체의 점화 과정에서 엔진 오류가 생겼을 거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발사 직후 추진체 이상으로 미사일이 정상궤도를 벗어나면서 ‘자동폭발’ 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발사한 것이 신형 ICBM이라면 실패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될 때까지 이른 시기에 같은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스크’를 안고 재발사를 강행해 체면을 구기는 대신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북극성-4·5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상대적으로 자신 있는 기종을 선택해 ‘만회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발사 실패 직후 순안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로 보이는 징후들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다시 ICBM 도발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北#괴물 icbm#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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