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사면 및 공기업·공공기관 인사권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현 정부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날(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이 불발된 배경이 윤 당선인 측의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선 중단 요청으로 알려진 가운데 거듭 이를 일방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당선인이 요청을 하고 말고를 떠나 문 대통령이 MB 사면을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온 바 있나’라는 물음에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결단 사항”이라며 “당선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회동 시 허심탄회한 말씀이 오갈 걸로 기대하고 있고 그렇다고 해도 (사면) 결정은 (현)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이 묶일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다시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청와대가 그에 대해 답변을 하거나 의견을 말씀드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제가 어떤 코멘트(언급)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사 문제에 있어 ‘차기 정부 출범 전 인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 또는 방향이 설정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방침·방향을 별도로 설정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당선인 측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대통령과) 당선자가 만나면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지 않겠냐”며 “두 분이 만나기도 전에 이런 것에 대해 서로의 참모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 자리를 편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와대도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근래 ‘한국은행 총재 지명권을 청와대가 윤 당선인 쪽으로 넘긴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도 문 대통령이 행사하는 게 맞냐’는 물음에 박 수석은 “5월9일까지 (문 대통령의) 임기인데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하지 누가 하느냐”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권한이기 전에 임무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당연한 말씀 아니냐”고도 했다.
전날 회동 무산이 ‘신구 권력의 정면충돌’로 언론에 묘사되는 데 대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제목이 돼야 언론기사일 것이다. 언론의 속성을 다 이해한다”며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대통령은 조건 없이 허심탄회하게, 배석자 없이 어떤 말씀이라도 당선자께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정부 이양에 대해서도 모범적 정부 이양을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광화문이 됐든 어디가 됐든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국민이 기뻐하실 일을 공약했으니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며 “다만 어디서 나오는 얘기로는 이전 이유가 ‘현재 청와대에서는 집무실과 비서실이 떨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말을 한 것을 들었는데, 현 청와대는 대통령이 본관에서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거기서(본관 집무실) 하셨던 것 같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비서실과 집무실 간 거리를 없애기 위해 근무하기 좋은 본관을 마다하고 비서동으로 내려와 있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찾으시면 1분 안에 대통령을 뵐 수 있다. 그런데 집무실과 비서동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효율을 높이려 이전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현재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