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 더불어민주당 쇄신의 총대를 멘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당내에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확산하면서 반발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면 윤 위원장도 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위원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대선 이후 당 운영 방향과 비대위 거취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후에는 초선 의원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 49명 중 26명이 참석했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와 관련한 의견이 오갔는데 최대 화두는 윤 위원장의 거취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 의원 사이에서는 윤 위원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윤 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끌어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고용진 비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분과 지금으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분, 누가 (비대위원장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쇄신)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분들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 사이에서는 윤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이 엇갈렸지만 최근 당내에서 비토 정서가 확산하고 있어 윤 위원장의 부담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날(16일) 열린 86그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전체회의에서는 윤 위원장이 비대위를 운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윤호중 비대위’ 대한 반대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으면 윤 위원장도 당을 이끌어 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내주 선출되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비대위가 재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윤 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며 “당이 어려운 시기인데 리더십이 확립되지 않으면 힘들다. 오늘 내일 사이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윤 위원장이 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윤호중 비토 분위기가 확산하는 건 맞는 것 같다”며 “윤 위원장도 지도부의 일원인데 이런 민심이 확산하는데 계속 본인의 행보를 하겠다고 하면 본인에게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는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새롭게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건데 그것에 대해서도 윤 위원장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윤 위원장이 고집스럽게 당내 의견을 뭉개고 가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윤호중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비토 정서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각 후보의 물밑 작업이 본격화하면 반발 심리도 누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4선의 우원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호중 비대위에 대해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거듭나기의 첫 번째 과정은 당면한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안정화”라면서 “윤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당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인재 발굴, 혁신 공천은 조기에 선대위를 구성해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3선의 박광온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정책의 쇄신을 추진하면서 우리 당의 자세를 국민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했고, 이원욱 의원은 “우리는 하나여야 한다. 당내 통합도 못 하며 어찌 국민 통합을 말할 수 있겠냐”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결론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윤 위원장은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청취 중이고 오늘 오후 초선의원 간담회까지 한 뒤에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입장 표명에 대한) 기한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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