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단독 오찬 회동이 당일 불발된 것과 관련해 양측의 신경전은 이틀째 이어졌다. 다만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모두 회동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극단적인 정면충돌은 피하는 모양새다.
● 사면·인사권 놓고 신경전 계속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가장 부딪치는 지점은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정부 주요직 및 공공기관장 등 남은 인사 문제다. 윤 당선인 측 임태희 특별고문은 17일 MBC, CBS 라디오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중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사안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 노무현-이명박 정부 정권 교체기를 두고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제가 연락을 해서 ‘인사에 관한 건 아주 불가피한 경우도 사전에 협의해서 하고 가급적이면 새로 인사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께서 그 문제에 대해 잘 협조를 해 줬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또 “당시 경찰청장 인사가 중간에 임기가 마무리돼서 협의해 추진한 적이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2008년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이었고,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2008년 어청수 경찰청장 임명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되는데 이를 전례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임기가 끝나가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가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무엄하다’ 이런 식으로만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게 청와대 분위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은 총재 지명권을 윤 당선인 측에 넘기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건 상식 밖의 일”이라며 “5월 9일까지 임기인데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수석은 또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당선인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회동 시 허심탄회한 말씀이 오갈 걸로 기대한다”면서도 “사면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결단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 간 회동에도 예의와 격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을 전혀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그냥 모든 걸 끌고 갈 수 있는 것처럼 하는 일방통행식 자세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라며 윤 당선인 측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文-尹, 이르면 다음주 경 회동할 듯
다만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양측은 정권 교체기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서라도 회동은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제껏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인수위가 이날 인수위원 인사를 마무리 짓고 18일 현판식을 열 예정인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은 주말을 넘겨 다음주 중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은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축하와 덕담 자리를 더해 국민 통합의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취지에서 이뤄져 왔다”며 “지금은 좋은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회동 일정) 조율은 지금도 계속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소통과 조율 작업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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